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마을에는 성범죄자가 100명 넘게 모여 산다. 이른바 ‘제시카법’에 따른 것이다. 2005년, 옆집에 살던 성범죄 전과자에게 목숨을 잃은 당시 아홉 살의 피해자 이름을 딴 법인데 성범죄자가 학교나 공원 근처에 살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 42개주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거리 제한은 300~600m로, 주마다 다르다.
얼마 전부터 우리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조두순, 김근식 같은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거주지역 주민이 불안해하고, 혼란을 겪는 일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국형 제시카법’을 추진하겠다고 한 배경이다. 재범 우려가 큰 고위험 성범죄자는 출소 후 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 등 교육·보육시설 500m 이내에서는 살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고위험 범죄자들의 출소 후 사회 복귀는 서구 선진사회에서도 오래전부터 논쟁거리였다. 국내에서도 성범죄자의 3년 내 재범률이 60%를 넘는다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서울시 내 성범죄자 426명의 거주지와 인근 초등학교 간 거리를 전수 분석했더니 약 44%에 달하는 186명이 초등학교에서 반경 300m 내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통계도 있다. 전자발찌 착용, 거주지 제한, 보호관찰 등 정부가 나름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재범이 빈발하는 등 범죄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제시카법과 같은 강도 높은 조치를 강구하면 기본권 침해, 이중 처벌 금지 원칙 위배 등의 논란이 벌어져 흐지부지되곤 했다.
법무부는 이번에 이 같은 위헌성 논란을 피하려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구체적인 거주지 제한 반경은 최대 500m에서 사안별로 법원 결정을 받기로 했다. 법원이 수용시설이나 보호시설 거주를 지정할 경우 해당 시설은 거리 제한에 예외를 둘 계획이다. 법 적용 대상자도 13세 미만 아동 성범죄자 또는 상습범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한 장관은 “5인 이상 다수 피해자가 있는 성범죄자가 생각보다 많이 수감돼 있다”며 소위 말하는 ‘괴물’들에 국한해 제도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많은 국민이 이에 동조할 것이다.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은 아동 성범죄에 대한 단호한 대처 의지를 천명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미국에선 12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자에게는 최소 징역 25년을 적용하고, 출소 후에도 평생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한다. 우리도 주거지 제한뿐 아니라 최소 형량을 높여 재범을 막아야 한다. 한편으로 고위험군의 효과적인 재사회화를 위한 치료 목적의 대책도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