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1월 인구 동향’에 나타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새삼스럽게 충격적이다. 이제 출산율 제고는 백약이 무효이고 아예 못 푸는 문제가 돼버린 듯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1만8982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3%(847명) 줄었다. 지난 2015년 12월부터 전년 동월 기준으로 7년째 주야장천 감소뿐이다. 게다가 한 달 내내 2만명도 안 된다. 40여년 만에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작다. 지난 1981년 월간 통계가 시작됐으니 그렇다는 얘기이고 사실상 역대 최저다. 역사상으로도 월별 2만명 아래의 출생아는 5번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쯤 되니 출생아에서 사망자를 뺀 인구 자연감소분은 1만1125명이다. 사망자가 코로나 때문에 역대 최고로 늘어났는데 출생아는 최저이니 급격히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것도 벌써 3년 넘게 이어지는 추세다.
11월까지의 누적 인구감소가 10만7000명이 넘는다. 역시 역대 최고다. 그야말로 국가 소멸이 시시각각 다가온다. 지구종말 시계처럼 현실감이나 체감도가 낮을 뿐이다.
11월에 역대 최저 출생아 신기록이 새로 추가됐지만 한국의 초저출산국 기록은 이미 한두 개가 아니다. 모두 세계 신기록급이다. 2022년 공식 기록은 더 떨어질 게 분명하지만 가장 최근인 2021년 출산율 0.81만 해도 OECD 꼴찌 정도가 아니라 모든 주권국 중 최저다. 출산율이 1 이하인 나라는 사실상 한국밖에 없다. 그것도 모자라 그해 4분기엔 0.75라는 신기록까지 썼다. 코로나 여파라지만 해도 너무한 수치다. 단순히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출산율이 2.1명이다. 그런데 그 3분의 1이라니. 역사상 유일하게 반세기 만에 빈곤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나라가 또 유례 없는 고속의 국가 소멸로 가고 있다. 도대체 비교 사례가 없다. 오죽하면 ‘집단 자살로 가는 나라’라고 할까.
출산율 저하의 근본 원인은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다. 풍요로운 나라에서 나고 자라 개인주의와 물질적 욕망이 커져 가족의 가치와 결혼제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애 키우느라 힘들게 사느니 ‘내가 번 돈 나를 위해 쓴다’는 생각이다. 결혼, 임신, 육아는 장애물로 생각한다. 이러니 푼돈의 장려금 정도로 움직일 출산율이 아니다.
올리지 못하면 멈추게라도 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대안이 이민정책이다. 영국에서 이미 성공했고 유럽의 여러 나라가 따라가는 처방이다. 물론 대증요법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기존의 저출산 대책들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