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토큰 증권(권리를 가상자산 형태로 조각투자 할 수 있도록 발행한 증권)을 허용하고 외국인투자자등록제도를 폐지하겠다고 19일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밝혔다. 낡은 제도는 없애고 신상품은 받아들이는 전형적인 환골탈태다. 모름지기 규제혁신이란 이래야 한다. 회의의 이름값을 했다. 모범 사례로 삼을 만하다.
외국인투자등록제는 낡은 규제의 대표선수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려면 사전 등록으로 외국인 ID를 받은 후에야 증권사 계좌 개설을 가능토록 하는 제도다. 금융시장 발달이 미미한 1992년 당시에야 외국인 취득 한도관리와 거래 동향 파악을 위해 필요했다 쳐도 30년이 지난 지금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성 규제로 전락한 지 오래다.
우선 여권이나 시민권증명서, 제한세율적용신청서, 일반투자자정보확인서 등 잡다한 서류를 내고 등록을 마치는 데에만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게다가 개별 주식 사고판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이렇게 성가시니 일반 소액 주자자들은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는 지레 포기하기 십상이다. 아직도 등록된 외국인 수가 5만명 남짓한데 그치는 이유다. 오죽하면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될 정도일까.
앞으로 외국인들이 사전 등록 없이 개인 여권번호와 법인 번호만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되면 달러 유입이 늘어날 게 분명하다. 한국 국적이 없는 해외 교포들의 모국 투자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그건 환율관리에도 긍정적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는 주가의 등락과 함께 환율 변동을 주요 변수로 보기 때문이다. 또 내년부터는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중요 정보에 대한 영문 공시도 의무화된다니 기대감은 더 커진다.
가속화하는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토큰 증권을 허용키로 한 것도 과감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일정 요건을 갖추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단독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장외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유통플랫폼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외국엔 되는데 우리만 안 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박병원 금융규제혁신위원회 의장의 말이 피부에 와닿는다.
물론 이 같은 규제개혁이 아직은 방침만 정해졌을 뿐 당장 시행되는 건 아니다. 토큰 증권은 아직 불법이다. 관련법은 실물증권과 전자증권만 인정한다. 법 개정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 투자자 보호방안도 필요하다. 외국인 투자자 확대에 따른 시장 모니터링, 과세방안 등도 보완돼야 할 것이다.
철저한 준비로 시행착오를 막아야 한다. 그래야 규제개혁이 완성된다. 거기까지가 금융당국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