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는 지난해에만 두 차례 집단 운송거부를 진행했다. 그 이면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해당사자 갈등은 심해졌으며 4.1조원의 경제적 피해는 국민 부담으로 남았다. 화물운송시장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이제는 그동안 묵혀왔던 숙제를 해결할 때다. 화물차주는 ‘번호판’을 빌리기 위해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고,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저가 운임경쟁에 내몰리는 문제점들은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간과 정부가 힘을 모았는데 민관 합동 ‘물류산업발전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12월부터 1월까지 총 8회 회의를 진행했다. 정부, 화주, 운수사, 화물연대 등 차주, 그리고 민간 전문가가 머리를 맞댄 것이다.
4가지를 집중 논의했다. 화물운송시장 구조개선, 안전운임제 개편, 화물차주 처우 개선 및 산업 지원방안, 화물차 교통안전 확보의 과제를 두고 치열한 논의를 거쳤다. 협의체에서 논의된 의견을 종합해 지난 18일에 한국교통연구원 주관으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을 제안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열띤 토론과 함께 공청회에 참석한 여러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제시됐다. 차이는 있었지만 화물운송시장의 발전을 위한 목소리였음은 분명하다.
정부는 화물운송시장 정상화를 위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화물운송시장에서 운송물량은 확보하지 않고 차주들로부터 번호판 사용료인 일명 지입료만 수취하는 운송업체에 대하여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운송업의 본질은 화물을 나르는 것에 있다.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투자 없이, 지대만 추구하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정상적으로 운송을 하고 투자도 하는 운송기업 육성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기금 조성, 전담 공공기관 설립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안전운임제도 개편해야 한다. 지난 3년 안전운임제를 두고 많은 갈등이 있어왔고, 집단 운송거부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제도의 목적이 직접 드러나지 않는 이름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운전자의 적정 소득은 보장하되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은 원가만 고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원가 산정도 설문조사가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해야 한다.
화물운전자의 처우 개선도 담겨야 한다. 운전자의 소득은 유가 변동성에 취약하다. 운임을 유가와 연동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화물정보에 취약한 운전자를 위해 거래이력을 안내받을 수 있게 하고 화물정보망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교통안전도 중요하다. 다만. 운임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법적 장치와 관리·감독 강화가 중요하다. 운전자는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아야 하고, 판스프링 낙하 사고 등 안전에는 책임을 강제해야 한다. 과적도 화주와 운수사가 함께 책임지게 하자.
어려운 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을 위한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향후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물류산업 발전과 국민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하헌구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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