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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부진 늪 한국수출의 돌파구 ‘제2중동 붐’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15일(현지시간) 에너지 원전 수소 태양광 방산 등의 분야에서 한국에 300억달러(약 37조26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말 중동의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맺은 투자협약과 엇비슷한 규모다. 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 수출의 활로를 찾겠다며 경제·산업 부처 장관 8명을 총출동시키고, 재계 총수들과 100여개 대·중소 기업인으로 방문단을 꾸린 것에 걸맞은 알찬 결실이다.

양국의 이번 투자 협정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환호할 만한 수준이다. 300억달러는 지난 한 해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유치한 직접투자금액 305억달러에 버금간다. UAE가 체결한 국가 간 협약 중에서도 최대 규모로, 역대 최대이던 대(對)영국 100억파운드(약 15조원)를 크게 웃돌고, 중국 50억달러(6조원), 프랑스 15억유로(2조원)를 압도한다. 질적으로도 ‘넷 제로(net zero·6대 온실가스 순배출 0)’에 기반을 둔 탄소중립 동맹으로 진화해 양국이 미래 글로벌 산업 환경을 선도할 상생의 협력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됐다. UAE는 자국 원전 유치를 넘어 한국과 손잡고 제3국에 원전 공동 진출을 원하고 있다. 세계적 탄소중립 추세에 발맞춰 원전과 재생에너지, 첨단 산업 등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하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거둔 이번 성과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출이 밑바탕이 됐다. 바라카 원전 건설에서 우리 기업들은 공기(工期) 준수와 안전확보 등 모든 면에서 UAE의 찬사를 받았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은 “코로나 등 어떤 어려움에도 계약을 이행해내고마는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양국의 신뢰관계가 어그러질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나라의 국운이 달려 있는 세일즈 외교의 성과는 진영을 떠나 후임 정부가 성실하게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걸 이번 사례는 말해준다.

지금 한국 경제는 대들보격인 수출이 초비상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정부는 올해 수출이 -4.5%의 역성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주력인 반도체와 중국시장의 침체,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 시장의 동반 위축 등 사면초가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복합 위기를 수출로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해 대대적 투자에 나선 중동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중동은 원전·방산·인프라 건설 같은 새로운 수출동력을 찾기에 적격이다. 사우디와 UAE에서의 성과가 촉매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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