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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회색 코뿔소’ 인구재앙이 온다

결국 ‘회색 코뿔소’ 인구재앙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코뿔소는 몸집이 크다. 진동만으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코뿔소의 위험을 무시한다. 무섭기도 하고, 적절한 대처방법을 잘 몰라 애써 부인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인구 문제가 딱 ‘회색 코뿔소’다. 진작부터 개연성과 파급력이 경고됐으나 막대한 시간과 비용만 쏟아부은 채 지금에 이르렀다.

행정안전부가 15일 발표한 ‘2022년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가히 인구재앙이라 할 만하다.

우선 인구가 3년째 감소하고 있다(2019년 5185만명, 2020년 5183만명, 2021년 5164만명, 2022년 5144만명). 추세적 감소세다. 특히 현재 60대인 베이비부머가 사망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기 시작하면 인구 급감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인구 소멸’을 경고한다.

둘째, 고령화 문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비율 7% 이상), 2017년 고령 사회(14% 이상)에 진입했다. 그런데 이번 발표자료를 보면 여성의 경우 초고령 사회(20% 이상)에 들어섰다. 65세 이상 비율이 여성 20.1%(520만명), 남성 15.9%(407만명)로, 전체로는 18%를 웃돌았다. 기초연금, 대중교통비 지원 등 복지비용 급증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셋째, 1인 세대 급증이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세대수는 2021년 2347만3000세대에서 2022년 2370만6000세대로 늘었다. 인구는 감소하는데 세대수가 증가한 건 1인 세대 증가 때문이다. 1인 세대는 2018년 808만6000세대에서 2022년 972만4000세대로, 꾸준히 증가해 전체 세대에서 41%를 차지했다. 특히 노인 1인 세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대응이 절실하다. 1인 세대 증가는 현재 3·4인 세대 중심으로 설계된 주거·복지·노동 등 시스템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넷째, 여초(女超) 현상이다. 지난해 여성 인구는 2580만2000명으로, 남성 인구(2563만7000명)보다 16만5000명 많았다. 2015년 여초 현상이 처음 나타난 이후 역대 최대 격차다.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길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격차는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늦춰선 안 되고, 서두를 일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얼마 전 정치적 이슈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3개월 만에 교체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 자리가 그런 자리인가. 이런 게 바로 대책 없이 ‘회색 코뿔소’를 무시하는 헛발질이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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