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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심각하게 훼손됐던 지구의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와 세계기상기구(WMO) 등 5개 기관이 9일(현지시간) 공동 보고서를 통해 전한 내용이다. 메그 세키 UNEP 오존 사무국장은 “몬트리올 의정서가 환경을 위한 진정한 챔피언이 됐다”고 평가했다. 몬트리올 의정서는 프레온가스 등 오존층 파괴물질 감소를 위해 세계 각국이 1989년 발효한 협약서다.

오존층 파괴는 인류에 재앙이다. 우선, 생명체에 해로운 자외선이 걸러지지 않아 피부암을 유발한다. 국제과학학술지 ‘프론티어스’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오존층 파괴로 인해 악성 피부암인 흑색종 발병률이 해마다 백인을 중심으로 4~5%씩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피부암 발병환자 수도 2016년 1만9236명에서 2020년 2만7211명으로, 40% 이상 급증했다. 오존층 파괴는 지구온도 상승에도 힘을 보탠다. 공동 보고서는 몬트리올 의정서의 키갈리 수정안(2019년 발효)을 준수한다면 2100년까지 0.3~0.5도의 지구온도 상승을 추가로 막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오존층 회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인류 공동의 노력으로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다. 몬트리올 의정서 발효 이후 전 세계의 프레온가스 사용은 99%나 감소했다. 세계 각국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진심으로 나섰다는 얘기다. 그래서 더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에도 길잡이가 될 수 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오존 관련 행동은 기후변화 대응에도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사례는 2021년 10월에도 있었다. 헤럴드가 본사 사옥에 세계 3번째, 국내 최초로 ‘기후위기시계’를 설치할 당시(2021년 5월) 6년235일을 가리켰다. 시계는 전 세계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온도가 1.5도 올라갈 때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한다. 1.5도 오를 경우 지금과 같은 산업활동이나 일상생활은 불가능해진다는 게 시계의 경고다. 그런데 계속 줄기만 하던 이 시간이 그해 10월 1일 7년295일로, 1년200일가량 늦춰졌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빌 게이츠는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신재생에너지 활용, 획기적 기술 개발 등 세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오존층 회복이나 기후위기시계 선례는 시사한다. “의지가 있으면 ‘넷제로’할 수 있고, 그렇게 기후재앙 피할 수 있다”고.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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