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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두 쪽 난 브라질 반면교사 삼아야

민주주의 근간이자 삼권 분립을 상징하는 대통령·의회·대법원이 한꺼번에 폭력 점거돼 쑥대밭이 된 초유의 사태가 8일(현지시간) 중남미 최대국가 브라질에서 일어났다. 전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지지자 수천명이 대통령궁에 난입해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최악의 폭력시위를 벌였다. 3선에 성공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새 대통령 취임 일주일 만이다. 브라질 극우세력의 상징이 된 노란색 셔츠를 입은 시위대는 대통령궁뿐 아니라 의회와 대법원으로 몰려가 집기를 부수고 불을 지르며 폭동을 일으켰다.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던 것과 판박이다. 일부 시위대는 의회 옥상에 올라가 브라질 군대에 쿠데타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치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는 현지 경찰력이 밀리자 군 병력까지 동원하는 강경 진압 끝에 겨우 유혈 사태를 종료시킬 수 있었다.

브라질에서 1964년 군 쿠데타 이래 민주주의에 대한 무력 공격이 일어난 것은 59년 만이다. 무책임한 정치지도자가 강성지지층을 선동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점에서 팬덤정치의 해악을 절감하게 한다. 포퓰리스트 성향 정책으로 ‘남미의 트럼프’로 불린 보우소나루는 대선 1년 전부터 여론조사에서 룰라에게 뒤지자 아무런 증거 없이 “전자투표 오작동 가능성이 있다” “일부 선관위원이 개입해 결과를 바꾼다”고 주장하며 대선 불복의 씨를 뿌려왔다. 대선 직전엔 “나에게 이번 선거결과는 세 가지뿐, 승리, 암살 혹은 체포”라면서 정치보복을 피하려면 반드시 이겨야 하며, 패배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선거결과가 1.8% 포인트 격차의 박빙으로 나오자 극단적 지지층이 “선거결과는 사기”라며 폭력을 행사하기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양극단으로 치닫는 브라질의 정치 난맥상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데에 있다. ‘조국 사태’ 때 나라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려 극단적 분열상을 보였는데 새 정부 출범 뒤에도 보수-진보 간 극한 대립 양상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0.73%로 승부가 갈리면서 국민은 행정권력의 보수와 의회권력의 진보가 협치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것을 요청했는데 정치권은 귓등으로 흘려버렸다.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두 장면에서 보인 양쪽 지지층 결집이 우리 정치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쪽은 ‘정치보복·야당 탄압’이라 하고, 다른 쪽은 ‘대선불복·방탄정당’이라고 한다. 갈등과 혼란을 조정하고 통합해야 할 정치가 거꾸로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고 있다. 양 진영 최고지도자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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