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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완전히 바뀔 세계질서, 실적충격 간과하면 안돼

말 그대로 ‘어닝쇼크(실적충격)’였다. 지난 6일 발표한 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실적 이야기다. 영업이익은 시장에서 누구도 예상 못한 4조30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13조8700억원 대비 70%가량 감소했다. 100점 성적표가 30점이 된 느낌이다. 영업이익 4조원대는 2014년 3분기(4조7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거시경제 불안에 따른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의 수요 감소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특히 주력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불황이 컸다. 반도체사업이 속한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하락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655억원으로, 91%가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꺾였던 기업 실적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면서 올해 전망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기업별·업종별 편차는 있겠지만 곧 발표될 다른 기업의 실적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LG전자는 국내 주력 기업이고 반도체는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효자품목이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어닝쇼크의 상징성이 클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지만 기업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업황사이클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도 없다. 특히 코로나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경제복합위기가 주원인이었던 만큼 개별 기업 차원의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국회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실적이 쇼크였다면 지원도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문제가 생겼을 때부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문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회에서는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종전 6%에서 8%로 올리는 데에 그쳤다. 비판여론이 커지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고 나서야 15%로 높였다. 하지만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세계적인 반도체전쟁 속에 메모리 불황이 현실화됐음에도 우리는 아직 세제 지원조차 확정치 못한 상황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반도체특별법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동안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반도체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CES에 참가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경제에 대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전망이나 예측보다는 대응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언급대로 기업들은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대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경제와 안보위기가 동시에 닥쳤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할 수밖에 없고, 아무리 준비해도 완벽한 대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럴수록 정부와 국회가 위기극복을 위한 든든한 우군이 돼야 한다. 악재나 돌발 변수가 되면 안 된다. 이미 위기는 눈앞에 닥쳤다.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 경제석학들은 현 상황을 세계 경제의 구조적 침체로 진단했다. ‘저물가·저금리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다. 지난 3년의 변화 후엔 이제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될 것이다. 생존 여부는 올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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