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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금융시장 온기 돈다고 경계심 늦춰선 안 된다

연초부터 회사채시장에 온기가 돈다. 지난 4일 KT가 1500억원 회사채 발행에 나서자 3조원가량의 돈이 몰렸고 5일엔 포스코도 3500억원 빌리는 데 4조원 가까운 주문을 받았다. 이마트 역시 주문풍년 속에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회사들의 조달금리도 애초 예상보다 낮았다는 후문이다. LG화학, 현대제철 등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기업들에는 희소식이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4일 35억달러의 외화채 발행에 성공했다. 무려 170억달러의 주문이 몰려든 가운데 이뤄낸 성과다. 정부의 직접 발행을 빼고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경색됐던 국내외 금융시장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한전과 도로공사가 회사채를 발행하려다 주문 미달로 실패하기를 거듭했던 게 불과 두 달여 전이다.

사실 회사채시장의 온기는 새해 느닷없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감지됐다. SK텔레콤이 전혀 무리 없이 2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심지어 금융위기의 진원이 될 것이라던 건설업계에서도 크리스마스 직후 롯데건설이 2500억원 발행에 성공했다.

시장은 연속된 회사채 흥행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 방심은 금물이다. 아직 온기일 뿐, 훈풍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 전체로는 아직 엄동설한이다.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건 트리플A급 우량 기업들뿐이다. 지난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증명한 기업들이다.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제 곧 은행채와 한전채 등 공사채 발행이 늘어날 게 분명하다. 그럼 비우량 기업들의 상황은 더 나빠진다. 시장의 양극화 상황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글로벌 긴축 분위기가 여전하다.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은 일본마저 제로금리정책을 버리고 금리인상에 시동을 걸 정도가 아닌가. 실제로 5일 공개된 12월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를 보면 물가잡기에 강한 의지는 한결같다. 오죽하면 19명의 위원 중 올해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다. 시장이 그토록 원하는 방향 전환은 요원하다. 금리인상의 속도조절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에서 “물가안정에 초점을 둔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경기·금융·외환시장의 변화 등에도 유의할 것”이라고 토를 달았지만 하나 마나 한 얘기다. 한미 간 금리 차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란 걸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작은 온기에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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