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3대 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며 개혁 드라이브 과정에서 부딛힐 저항과 맞서 싸우겠다는 결기도 보였다. 10분 분량의 신년사에서 알 수 없었던 정치와 외교, 남북관계 등 국정 전반과 관련한 의중은 한 매체와 신년 인터뷰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윤 대통령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선 미국의 핵전력을 한미 공동으로 기획·연습하는 방법으로 실질적 핵 억제력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는 정치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한 선거구에서 2~4명까지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의 부분적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불거진 최대 교역국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 문제와 관련해선 “경제·문화서 창출할 게 많다”며 전략적 협력관계의 지속을 밝혔다.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신냉전 파고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우리의 국익을 담보할 실용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역대 정부가 희망이 분출하는 신년사에서 국정 개혁을 외쳤지만 말처럼 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말 그대로 ‘살갗을 벗겨내야 과정’에는 엄청난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민노총과 전교조,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자신들을 기득권과 지대 추구세력으로 암시한 것 아니냐며 벌써부터 날을 세우고 있다. 개혁에 진영 논리가 개입되거나 상대를 악마화하는 ‘낙인찍기’가 횡행하면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킬 뿐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화물연대 파업이 무산된 것은 정부의 강성 대처보다 국민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이 근본 원인이다. 개혁은 국민적 공감과 사회적 합의로 이뤄져야 동력이 생기고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혁은 반대편을 설득하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보수 진영이 칭송하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8년 중 6년을 여소야대에서 지냈다. 그는 공식적인 집무시간의 70%를 야당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데에 썼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한 지 8개월이 다 돼 가지만 아직 야당 대표는 물론 수뇌부와 이렇다 할 회동이 없었다. 3대 개혁 입법이 모두 의회권력을 쥔 야당의 협조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데 말이다. 노동유연성을 강조하는 만큼이나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못났다 못났다 해도 결국 정치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가려면 파트너십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