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다 했다.”
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시장에서 들리는 말이다. 어떠한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책이 발표돼도 부동산 가격하락을 막을 수 없는 상태다. 2017년 이후에 두 차례 급등했던 기간에 부동산 가격에 수십 차례에 걸친 정책이 나왔지만 급격한 부동산 가격상승을 막지 못했다. 일부 지역은 100% 이상 상승했음에도 통계적 결함이 있는 자료로 작은 상승으로 인식했을 뿐이다.
2017년 이후 3년 동안에 KB시세 통계에서 서울의 주택가격은 34%, 아파트는 52% 상승했으며, 2021년 5월까지 4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가 93% 상승했다. 이런 KB시세도 여러 가지 이유로 믿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는 2017년부터 2021년 말까지 1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통계의 기반이 되는 자료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은 2021년 8월부터 주간 조사의 경우 기존의 아파트 표본 9400가구를 3만2000가구로, 월간 조사의 경우에도 1만7190가구에서 3만5000가구로, 종합 조사 표본도 2만8360가구에서 4만6170가구로 확대했다. 결과는 표본을 확대할수록 주택 가격은 상승했다. 2021년 8월 17일에 표본을 확대한 첫 월간 조사에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한 달 사이 19.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 수의 증가만으로도 평균 가격이 한 달 만에 20% 가까이 상승했다.
부동산 하락기에 각종 정책이 나오는데 지금은 달라졌을까? 여전히 정부는 시장의 상태를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서울의 경우에 그동안 급등했던 송파, 노도강 지역의 호가가 하락하고 있을 뿐 대부분 지역의 호가는 2021년에 비해 그렇게 많이 하락하지 않았다. 급격하게 상승한 지역 위주로 호가가 하락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당할 수 없는 대출을 내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정책은 제대로 된 정책이 아니다.
올해 정부는 무순위 청약 거주지역 요건 폐지, 공공분양 미혼 청년 특별공급 도입, 민간분양 청약가점제의 개편 등 청약제도를 개편했다. 금융에서는 청년맞춤형 특례전세보증 한도 확대, 생활안정·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 대상 확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세제 측면에서는 부동산 취득세 과세표준을 실거래가로 변경, 증여 취득세 시가인정액 적용, 양도소득세 이월 과세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 월세 세액공제율 및 주택임차차입금 원리금 상환액 공제 한도 상향,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 상향,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배제, 생에 첫 주택 구입자 취득세 감면 요건 강화 등을 내놓았다. 제도 측면에서 재건축 안전진단제도 개선, 임차보증금을 경매·공매 시 당해 세보다 우선 변제 등을 내놓았다.
서울 등의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는데 매입할 수 있을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평균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기에는 상당히 힘들다. 따라서 가격이 2017년 정도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주택 등을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책을 활용하는 실수요자가 아니라 다주택자와 일부 현금이 많은 부자들이 매입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현재 나오는 정책들의 많은 부분은 시장을 잘못 읽고 있으며 타이밍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응 정책이 나오기 전에 부동산시장의 자료를 정확히 읽고 금리상승, 장기 경기하락기임을 고려해 부동산 가격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고려해야 했다.
한 집에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동시에 있어서 매우 적은 비중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부분, 전세자금대출이 부동산 가격상승에 일부 원인이 됐던 부분,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공급하지 못했던 부분, 금리인상기에 가격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부분 등을 고려해 적절한 타이밍에 정책을 내야 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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