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기 그지없다. 큰일 났다 싶으면 꼭 한두 달 만에 고비를 넘긴다. 하지만 한숨 돌리기 무섭게 또 다른 걱정이 보인다. 월별로 나타나는 산업활동동향 얘기다. 참으로 신기한 한국 경제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경기가 하강 국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모든 지표가 그걸 가리킨다. 그래도 마냥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산업활동의 세 축인 생산과 소비, 투자가 징검다리식으로 부진과 회복을 반복한다. 좋게 보면 상호보완이고, 나쁘게 보면 고질병이다.
지난 10월 산업활동의 최대 걱정은 4개월이나 이어진 생산 감소였다. 3개월 연속도 흔치 않은데 4개월은 심각했었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니 걱정은 더했다. 하지만 11월 들어 생산은 전월보다 0.1% 상승했다. 반도체가 11%나 줄어드는 한겨울이지만 자동차(9.0%)와 기계장비(6.4%), 의약품(6.9%)의 열기로 견딘 결과다. 상승폭이 크지 않은 깔딱고개 전환이지만 그래서 더 드라마틱하다.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심리적 차이는 엄청나다. 덕분에 72.5%까지 떨어졌던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3.1%로 오랜만에 올라갔다.
투자도 설비와 건설 모두에서 각각 1.0%,1.4% 증가했다. 건설 수주가 11%도 넘게 줄어든 게 앞으로를 걱정하게 만들지만 두 달 연속 상승 기조를 이어갔다는 데에 만족해야 한다.
문제는 소비다. 10월 0.2% 감소했던 소비가 지난달엔 1.8%로 감소폭이 급증했다. 승용차 하나를 빼고는 가전, 가구, 통신기기, 화장품, 의복, 신발 할 것 없이 온통 줄어든 것뿐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더 닫고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서비스업 생산이 0.6% 줄어든 점으로 미뤄 외식, 관광 감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동행종합지수와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각각 0.7%포인트, 0.2%포인트씩 하락했다. 미미하지만 비관이 깊어졌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그 이상이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4개월 연속 하락해 75다. 100을 기준으로 긍정과 부정을 평가하는 걸 고려하면 이 정도면 거의 최악 수준이다. 실제로 2년2개월 만에 가장 나쁘다. 중소기업(67)은 더하다. 심지어 한국은행은 내년 1월 이 지수가 70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연말 추위는 추위도 아니라는 얘기다.
기업이나 국가는 물론 개인까지 혹독한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움츠리는 게 능사일 수는 없다. 발상을 전환하는 적극적 움직임이 위기극복의 최선책이다. 그건 한국 경제사가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