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 마지막 통화정책결정회의가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연준은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점도표상에 나타낸 정책금리 전망치를 높였을 뿐 아니라 금리인하 가능성도 일축했기 때문이다.
연준의 모든 통화정책은 2%로 설정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운용된다. 이번 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인플레이션 증가율을 2%로 맞추기 위해 현 수준의 통화긴축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연준은 최근의 물가둔화 흐름에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상품물가나 주거비(임대료)물가는 어느 정도 잡히는 모습이지만 임금이 주로 차지하는 서비스물가가 여전히 둔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임금은 다른 물가와 달리 한 번 오르면 다시 떨어지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서비스물가는 여러 물가 중 가장 ‘끈적한(sticky)’ 물가로 꼽힌다. 특히 임금상승은 은퇴자가 많아지면서 노동시장이 경색된 영향이 큰데 은퇴자가 증가한 데에는 코로나19 이후 연준의 돈풀기정책으로 자산가격이 크게 상승한 요인이 작용했다. 따라서 연준이 금리인상을 성급히 종료해 자산시장 랠리를 부추길 경우 임금은 다시 고개를 들어 겨우 누그러뜨린 물가에 불을 지필 수 있다.
물가잡기가 이렇게 어렵자 일각에서는 물가목표 수준을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2%라는 게 하늘에서 정해준 숫자도 아닌데 이를 지나치게 신봉(?)하느라 경기와 자산시장 모두 깊은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논리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블랑샤드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물가목표를 3%로 높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연준은 1977년 연준법 개정을 통해 물가안정을 통화정책목표에 추가했다. 이후 1980년대까지는 총통화량으로 물가를 관리하는 방식을 취하다 1990년대 들어 비공식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을 2%로 정해 목표물가를 관리하기 시작했지만 이를 공식화한 것은 2010년대 들어서다. 연준은 2012년 처음으로 물가상승률 2%를 물가안정 책무에 부합하는 장기 물가목표 수준으로 공표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2%라는 숫자가 정식 목표로 정해진 시간도 10년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이처럼 ‘2%’라는 숫자가 역사가 생각보다 유구하지 않고 절대불변의 기준도 아니기에 그간의 시대적 경제금융 환경 변화를 고려해 이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만일 연준이 이에 대한 검토 의사를 조금이라도 비치기만 한다면 주식시장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질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준은 이를 염두에 두고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통화정책회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 기자가 물가목표치 상향 가능성에 대해 묻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장기적으로는 검토해볼 만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연준이 당장 이 목표치 수정에 나설 개연성은 크게 낮아보인다. 자칫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다만 관건은 시대적 요구라는 명분이지 않을까. 모두가 삐삐를 쓰다가 어느 순간 휴대전화 세상으로 바뀌었던 것처럼 물가상승폭에 대한 전반의 공감대가 달라지면 연준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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