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정원 감축에 나섰다. 내년부터 3년간 1만2400명가량을 순차적으로 줄인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 이후 처음 시도되는 공공기관 개혁으로, ‘14년 만의 코끼리 군살 빼기’인 셈이다.
감축 규모가 공공기관 전체 정원(44만9000명)의 2.8%에 불과하고, 특히 문재인 정부 5년간 증가한 정원(11만5000명)의 10% 수준에 그쳐 공공기관 혁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일단 메스를 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문 정부 5년간 공공기관 정원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정책을 밀어붙이면서다. 공공기관 인력은 2017년 33만4000명에서 44만9000명으로 34.4% 증가했고, 이에 비례해 인건비도 22조9000억원에서 30조3000억원으로 32%나 늘었다.
코끼리처럼 비대해지니 움직임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방만경영이다. 350개 공기업 부채는 2017년 493조원에서 2021년 583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번 돈(영업이익)으로 빚(대출이자)도 못 갚는 공공기관이 18곳이나 되고, 3곳은 자본을 완전히 까먹은 상태다. 단적인 예가 대규모 적자와 부채 수렁에 빠진 한국전력 아닌가.
공공기관 부실을 떠안아야만 하는 국민만 고생이다. 369개 공공기관에 정부가 지원한 세금 규모도 2017년 69조원에서 2022년 109조원으로 급증했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내년에는 전기·가스요금의 대폭 인상도 감수해야 한다.
이왕 메스를 들었으니 신속하고 정밀하게 집도해야 하고, 예상되는 난관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당장 노동조합이 반발할 것이고, 문 정부 때 임명된 낙하산 공공기관장들이 저항할 것이며, 거대 야당의 견제도 녹록지 않을 것이다(실제로 공공기관 인력감축계획이 발표된 26일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는 곧바로 규탄대회를 열었다. 350개 공공기관장 가운데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된 기관장은 32명에 불과하다고 하니 만만치 않은 저항이 예상된다. 거대 야당은 ‘집권 야당’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예산(10월), 자산(11월)에 이어 이번 조직·인력(12월)까지 5대 분야 효율화에 순차적이고,체계적으로 나서고 있다. 점수를 줄 만한 행보다. 나아가 집도 후에는 회복도 챙겨야 한다. 이번에는 배제한다 했지만 추후 민영화 등 근본적 방안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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