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학창시절 배웠다. 수요과 공급의 접점이라고. 수요가 늘면 가격은 뛰고, 공급이 줄어도 가격은 뛴다. 반대의 경우 가격은 떨어진다. 이렇게 보면 참 쉽다. 하지만 막상 복잡다단한 우리 네 현실에서는 참 어려운 이야기다. 특히 집값 문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 몇 년간 천정부지로 뛰던 집값을 설명하던 논리는 공급 부족이었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재개발과 재건축 등 민간 공급이 위축된 데다 신도시 지구 지정마저 늦어지자 집값이 뛰었다는 목소리가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또 다르다. 그사이 딱히 공급량이 달라진 게 없는데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계속 떨어진다. 매주 발표되는 집값 통계는 늘 역대 최대 하락을 동반한 헤드라인이 달린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결정적으로 수요가 급감했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와 같은 기존주택의 매물이 늘어나 시장에 공급량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을 근본적으로 움직인 건 결국 고금리에서 비롯된 수요의 감소였다. 단기적인 수요 변동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는 이를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마스크대란에서 이미 목격했다. 너도나도 코로나19의 장기화에 공포감을 느끼자 약국과 마트로 향했다. 당장 필요한 마스크뿐 아니라 쟁여둘 미래 수요마저 대량으로 구매하려 했다. 수요가 단기에 폭등하니 도리가 없었다. 정부는 초유의 배급제와 가격통제정책까지 동원해야 했다.
이는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매열풍과 매우 흡사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비이성적 과열이라 평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를 단순히 수요의 급격한 증가라 평할 수 있을지 말이다. 왜 당장 필요치도 않던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려 했을까. 왜 무주택자와 20·30대가 부랴부랴 무리하게 거액의 빚을 지고 집 구매열풍에 동참했을까. 기저에는 모두가 불안이 깔려 있다. 오늘 당장 사지 않으면 더는 당시 가격으로 재화를 구매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이런 과열이 벌어진다.
공급논리에 등장하던 분양 및 입주물량, 수요논리를 채우던 각종 수요억제정책 등이 되돌아보면 결국 집값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런 구매심리와 연관 지어야 해법이 풀린다.
최근 연이어 부동산시장을 짓누르던 대못 규제들이 풀리고 있다. 여전히 신중론이 기저에 깔려 있지만 정부의 규제완화는 대체로 수요확대에 방점이 찍힌다. 지난 정부 투기꾼 취급하던 다주택자에게 구애를 할 정도로 정부는 주택 수요진작에 진심이다. 추가적인 주택구매를 망설이게 하던 취득세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고,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합산에서 배제되는 주택임대사업자제도를 되살리겠다고 했다. 이 같은 수요확대정책에도 시장전문가들은 아직 주택시장 반등 가능성을 작게 본다. 이 또한 집을 사겠다는 심리가 여전히 약한 데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이뤄지는 정부의 규제완화 형태는 시장의 눈치를 보며 후행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이다. 이런 접근방식으로는 심리를 되돌리기 어렵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대범함 없이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우리는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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