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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모든 나라가 헤어질 결심...새 시장 개척해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에 비유해 “이미 모든 나라는 누군가와 헤어진다고 생각하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고 언급했다. 하나였던 글로벌 시장이 쪼개져 블록화되고 내 것을 지키려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트렌드를 피부에 와닿게 표현한 것이다. 앞서 20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돈이 숨었다. 시장이 막혔다”고 했다. 기업들의 악화된 자금 사정과 투자 여력을 손에 잡히게 드러냈다. 최 회장이 대중적 눈높이에 맞춰 진솔하게 툭툭 던진 말들이지만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이 작지 않다.

한국 경제는 지난 30년간 자유무역에 기반한 세계화에 올라타 쾌속 성장을 했고 선진국 반열까지 올랐다. 우리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한 국제 분업, 고도의 전문화, 초국경 공급망 등에 편승해 경제영토를 확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중 패권다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주도한 신냉전 구도로 다시 30년 이전으로 퇴행 중이다.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퇴조하고 자국우선의 보호무역과 블록화가 득세하는 시대에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가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할 지를 최 회장은 화두로 던진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호주,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자원 확보에 나선 우리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도 신블록화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포스코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염수리튬 확보를 위해 아르헨티나에 약 2조4500억원을 투자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컨소시엄은 니켈 채굴부터 배터리 생산까지 공급망 구축에 1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만과 TSMC의 사례에서 보듯 블록화 시대에 대비한 공급망 다양화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는 2인3각의 게임이 된 지 오래다. 자원부국들은 핵심 광물 수출량과 가격을 통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가 외교적 지원으로 이런 애로를 같이 풀어야 한다.

최 회장은 국회에서 진통을 겪었던 법인세 인하 논쟁과 관련 “법인세를 깎아도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굳이 해줄 필요가 있는 것인가”라며 ‘산업별 맞춤형 법인세’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 인하가 투자·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컸는데 “세금을 깎아줘도 투자를 안 하는 곳과 투자를 늘리는 곳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반도체, 배터리를 전략산업이라고 하면서 지금처럼 지원에 인색하면 경쟁에 밀려 결국 사라진다”는 일침은 정치권이 곱씹을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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