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11월 24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2023년 경제 전망도 수정했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7%에서 3.6%로 낮췄고, 경제성장률을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가 2%임을 고려할 때 3.6%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3.1%에 비해서도 높다. 2022년 5.1%에 달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일시에 낮추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3.6% 전망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미 연준(Fed)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2년 7.7%에서 2023년 3.4%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준은 어떻게 그 힘든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2022년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WTI(서부텍사스중질유) 가격은 2020년 배럴당 39.2달러, 2021년 68.2달러를 기록했고, 2022년과 2023년 각각 95.7달러, 88.6달러로 예상된다. 2023년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2023년 국제유가 상승률은 기저효과로 크게 낮아지고, 이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하락할 수 있다. 필자가 간단한 선형회귀모형으로 추정한 결과, 지금까지의 기준금리 인상에 의한 수요 둔화 추세가 유지된다면 국제유가 하락만으로도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우리나라는 3.7%까지, 미국은 4.5%까지 낮아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연준이 한국은행보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폭을 크게 가져가야 한국은행과 연준의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가능한 시나리오가 된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향후 연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6%보다 크게 낮출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할 수는 없을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은 것이 좋은 것 아닌가? 질문을 되새겨보면, 한국은행이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6%로 전망했다는 사실로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2022년 들어 일곱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시장이 경색됐고, 머니무브로 인해 금융시장 안정이 저해됐다. 은행대출은 감소했으나 여타 금융기관의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등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졌고, 가계의 이자 부담 확대도 걱정이다. 경기 악화도 우려되고 주택가격 급락도 방관하기 어렵다.
중앙은행은 손실함수(loss function)를 바탕으로 최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조합을 찾고 이를 목표로 기준금리를 조정한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전망한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와 경제성장률 1.7%는 최적의 조합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도적으로 높게 전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행이 전망한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의 의미가 분명해지는 듯하다. 한국은행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기준금리 인상 그 끝이 보인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 윤성훈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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