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언론과 즉석 문답을 주고받는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15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 주재 국정과제점검회의는 내부 회의 같았던 지난 10월 비상경제민생회의 생중계보다 진일보했다. 국민패널과의 대화 형식으로 약속했던 국정과제의 이행 상황을 보고하고 당장의 경제·민생위기 극복방안과 향후 추진할 중점 개혁과제에 대해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형식을 취했다. 준비 안 된 어설픈 도어스테핑으로 소모적 논쟁거리를 만드는 것보다 정제된 언어로 국정철학을 알리는 것이 더 생산적임을 실감하게 했다. 내년 상반기에도 이어갈 예정이라는데 국민과의 소통 밀도를 더 높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과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이행 의지가 돋보였다. 연금개혁은 “미래세대의 일할 의욕을 고취하는 것”, 노동개혁은 “미래세대에게 역량을 발휘할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 공급하기 위한 것”, 교육개혁은 “미래세대가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는데 3대 개혁이 분리될 수 없는 한몸임을 자각하게 했다. 노동개혁은 주 52시간제 유연화, 직무급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밑그림이 얼마 전 나왔고, 연금개혁은 내년 10월 말까지 정부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개혁은 선택의 자유 존중, 지방정부 권한 확대, 디지털인재 육성 등 방향성만 설정된 상태댜. 개혁은 이해당사자와 기득권의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공론화 작업이 지체되면 내후년 4월 총선과 맞물려 개혁의 동력이 꺼질 공산이 크다. 이행 의지만큼 속도가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착륙 우려가 높은 부동산시장 대책의 일환으로 다주택·임대업자 주택담보대출 허용을 거론했다. 공공임대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즉각적인 공급도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임대 활성화는 좋은 대안이다. 윤 대통령은 또 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도 제안했는데 교육감 ‘깜깜이 선거’에 대한 폐해는 온 국민이 다 안다. 정치권의 전향적 수용이 필요하다.
3대 개혁을 포함해 주요 국정과제는 모두 법 개정을 수반하고 있다. 의회권력을 쥔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솔한 자세를 보이는 것처럼 야당과의 협치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40여년 만에 진보·보수 연립정부를 탄생시킨 덴마크가 본보기다. 좌파연합은 단독 정부 의석을 차지하고도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협치를 선택했다. 윤석열 정부도 ‘더 나은 대한민국’이 목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