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단호했다. 중앙은행의 최우선 과제인 ‘인플레이션 잡기’에 여유를 두지 않았다.
미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3.75~4.00%에서 4.25~4.50%로 올리며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대신 빅스텝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전날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월은 이날 내년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물가안정 확신 전에 금리인하는 없다” “(금리가) 아직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이 아니며, 갈 길이 좀 더 남아 있다” 등 매파적 발언(통화긴축 선호)을 쏟아냈다. FOMC 위원들도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5.00~5.25%(중간값 예상치 5.1%, 기존 9월 예상치는 4.6%)로 높이면서 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을 일축했다.
기대감은 곧바로 실망으로 변해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월가에서는 “파월이 스크루지 역할을 하면서 산타랠리를 박살냈다”는 한탄이 나왔다.
남의 일이 아니다. 전날 미 CPI 발표에 영향받아 강세를 보였던 코스피지수는 파월 발언 여파로 15일 하락 반전하며 출발했다. 원화값도 전날 1주일 만의 강세(달러·원 환율 하락)에서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유의해볼 것은 한미 양국 간 금리 격차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3.25%다. 이번 연준의 빅스텝으로 미국보다 상단 기준으로 1.25%포인트 낮다.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22년 만의 최대 역전폭이다. 한국으로선 자금 유출과 함께 연쇄적으로 원화값 하락과 인플레이션이 걱정된다.
당연히 한국은행은 미국 금리 따라잡기에 나설 것이다. 다만 물가잡기와 경제살리기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가 필요한데 쉽지 않은 일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베이비스텝을 결정한 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대다수 위원이 3.50%를 제안했다”고 답한 바 있다. 이번 FOMC 발표와 조합해보면 내년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50%포인트에 달하게 된다. 다시 역대 최고 수준의 격차다. 금리 격차의 부작용을 막자고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면 자금경색, 부채 부담, 경제둔화 등을 감수해야 한다. 파월 의장은 “저성장 고통보다 물가 못 잡는 실패에서 나올 고통이 더 크다”며 악역을 자처했다. 이 총재도 앞서 밝힌 최종금리 수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기꺼이 ‘스크루지’도 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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