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의 윤곽이 나왔다. 8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전문가포럼을 통해서다. 골자는 현재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오는 2025년부터 12년간 해마다 0.5%씩 올려 최종 15%까지 높인다는 것이다. 그럼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기존 1778조원에서 3390조원으로, 2배가량 늘어나 2057년으로 예상된 기금 소진 시점이 2073년까지 16년 늦춰진다. 안 그래도 늦추는 중인 연금수급 연령을 5년마다 1세씩 더 올려 2048년 68세까지 맞춘다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어차피 ‘더 내고, 더 늦게, 덜 받는’ 방식의 개혁이 불가피한 국민연금이다. 지금은 고령화 때문에 ‘낸 것보다 더 받는’ 구조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17년 후인 2039년부터 적자가 나고 그로부터 16년 지난 2055년이면 바닥난다. 65세가 돼 연금을 받기 시작할 1990년생에겐 그야말로 폭탄이다. 재정 추계의 추세로 보면 심지어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모든 게 숫자를 근거로 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현재 보험료율 9%는 24년째 동결이다. OECD 평균 보험료율(18.3%)의 절반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20·30대 젊은이들이 국민연금을 ‘대국민 사기’라고 비난하겠는가.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개혁이다.
물론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제시된 정부의 의중일 뿐이다. 그것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앞으로도 공개, 비공개 논의가 계속되고 내년 3월 정부의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이 완료된 후 하반기에 가서야 개선안이 확정된다.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얘기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이참에 지속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이제 기본틀을 제시한 정부의 방안은 반쪽짜리 개혁이다. 재정균형만을 고려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봐야 기금 소진시점을 늦출 뿐이다. 저출산·고령화가 멈추지 않는 한, 곳간 빌 걱정은 계속된다. 해결되는 건 없다. 만년시계다. 더 내고 덜 받는 개혁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최종 목표는 노후의 생계보장을 위한 안전판이다. 혼자서는 안 된다. 다중·다양한 연금을 함께 고려한 구조 재조정이 필요하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다른 공적 연금은 물론 사회보장 성격의 기초연금까지 연계해 개혁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걸로도 부족하다. 정년연장 등 노동개혁도 병행돼야 한다. 일하고 돈 내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야 지속 가능한 방안이 만들어진다.
그러고도 국민합의와 수용이란 문제는 남는다. 결국 또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