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은 59회째를 맞는 ‘무역의 날’이다. 눈부신 성과도 나왔지만 마냥 즐길 수도 없다. 내년 무역 환경이 워낙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수출에 8개월 연속 무역적자라는 부진한 실적이지만 올해 전체를 놓고 보면 우리 수출은 선전했다. 애초 목표였던 7000억달러 달성은 물 건너 갔다. 그래도 연말까지 지난해 실적 6444억달러를 상회하는 690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연속 6000억달러를 넘어선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다. 한때 꿈의 목표였던 무역액 1조달러 돌파는 이제 평범하고 당연한 실적이다.
다른 무역강국들과 비교해도 성적은 나쁘지 않다. 수출 순위는 지난해 7위에서 올해 6위로 상승했고 5위 일본과의 수출 격차도 300억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헬스,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 신산업, 전기차, 첨단 신소재, 항공우주, 로봇 등 신성장동력 품목의 수출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육박한다. 주력 수출품목의 진화다. 올해 수출의탑 수상 기업이 전년 대비 207개나 늘어난 점이 이를 방증한다. 방위산업 기업들이 5개나 될 정도다. 심지어 전 세계적인 K-컬처 확산으로 서비스 수출도 눈부시게 성장했고, 이로 인해 지식재산권 수지도 흑자를 바라본다.
하지만 내년을 바라보는 수출기업들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오죽하면 구자열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이 “내년 한국의 무역환경이 올해보다 더 어둡고 수출도 축소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을 정도다. 실제로 인플레를 잡기 위한 긴축이 글로벌 추세이고 경기는 하락을 넘어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금리인상과 자금경색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점점 어려워진다.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해 노조의 강성 분위기는 꺾일 줄 모른다. 상황이 이쯤 되니 5일 발표된 전경련의 설문조사에서 매출 500대 기업의 절반이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이라도 내년엔 올해보다 줄일 것이란 기업이 20%나 된다. 대부분 투자가 활성화될 시기를 내년 하반기 이후나 될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주저앉을 수는 없다. 부족한 천연자원에 인적 자원으로만 승부해야 하는 우리에게 무역은 영원히 놓을 수 없는 생명줄이고, 수출은 최고의 에너지원이다. “도전하라 무역강국”이 일과성으로 끝나서는 안 될 슬로건인 이유다.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카타르월드컵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그것을 재차 확인시켜주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