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언제까지 불법 파업에 끌려다녀야만 하느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이 불법 파업에 엄정 대응하기 위한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 파업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화물연대도 알아야 할 겁니다.”
최근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피해 현장을 방문한 한 정부 고위급 관계자는 화물연대와의 대화 전망에 대해 “묻지마 파업을 해서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강조해온 ‘법과 원칙’의 연장선인 셈이다.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품목 확대를 주장하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일주일을 넘겼다. 지난 6월 같은 이유로 화물연대가 파업을 했다가 철회한 지 5개월 만이다. 당시 화물연대는 8일 만에 국토교통부와 다섯 번의 교섭을 진행했고, 안전운임제 지속적 추진 및 안전운임 적용 품목 확대 논의를 조건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파업의 이유는 당시와 같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무엇보다 “안전운임제의 도입 목적인 화물운송자의 안전 확보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국토부의 명분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국토부의 조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에도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달라지지 않았다. 운송자들의 근로시간이 줄어들고 과로위험이 줄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화주에게 비용과 처벌 책임을 모두 지우는 게 과도하다는 비판도 계속됐다.
연이은 파업에 산업과 경제 분야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 역시 정부의 논리에 힘을 싣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레미콘 생산량은 파업 이후 평시의 7.3% 수준인 4만1000㎡까지 하락했다. 62개 건설사 1143개 현장 중 절반 이상인 674개 현장은 아예 레미콘 타설 공정이 중단됐다.
현 상황을 보자면, 명분을 챙긴 정부는 대화보다는 압박을 통해 사안을 종결시켜하고 싶어하는 듯싶다. 실제 화물연대와의 대화에 앞서 국토부는 ‘일몰제 3년 연장·품목 확대 불가’라는 조건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화 전부터 타협 가능성이 없다며 선을 그은 탓에 지난달 28일 2시간이 걸렸던 대화는 이틀 뒤 40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결렬됐다.
다만 이 대목에서 명분이 확실하더라도 협상 가능성을 사전에 원천 차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새겨들어야할 것 같다. 퇴로를 원천 차단한 채 이어지는 압박이 자칫 화물연대의 강성 기조를 더욱 고착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 손에 채찍을 들었다면 다른 손에는 당근을 들어 파업 참가자들의 자발적 복귀를 유도했으면 한다.
국가의 협상법은 ‘제로섬(zero sum)’이 아니라 ‘윈-윈(win-win)’이 돼야 한다.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은 상대 또한 하나의 국민이다. 파업 장기화 피해를 막기 위한 운송개시명령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정부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분명하다. 이제 명분뿐 아니라 ‘대타협’과 빠른 물류정상화라는 실리도 정부가 함께 잡아야 할 타이밍이다. 법과 원칙의 강직함에 이어 유연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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