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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우주경제, 정부·기업 2인3각 뛰어야 글로벌 격차 극복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 참석해 “우주에 대한 비전이 있는 나라가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있다”며 6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5년 안에 달을 향해 날아갈 발사체 엔진을 개발하고, 10년 뒤 달에 착륙해 자원 채굴을 시작하며, 광복 100주년인 2045년까지 우리 힘으로 화성에 착륙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이 같은 비전을 실현할 구심점으로 ‘한국판 NASA’격인 우주항공청을 내년 말 목표로 설립하기로 했다. 산업화에는 뒤졌으나 정보화엔 앞서간 저력을 보여준 한국이 우주경제 후발주자로서 글로벌 격차를 뛰어넘는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선 것이다.

우리가 먼 미래의 일로 여겼던 우주 개발을 5년, 10년 단위로 끊어 구체적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된 것은 올해 이뤄진 두 번의 값진 성과가 바탕이 됐다. 지난 6월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우리 땅에서 발사돼 역시 자체 개발한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에 안착시켰다. 8월엔 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가 미국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쏘아 올려져 달 궤도를 향해 순항 중이다. 누리호 정도 성능의 우주발사체를 지닌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을 포함해 7개 국가뿐이다. 누리호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진두지휘 아래 300여개 국내 기업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우주산업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진 것이다. 신설되는 우주항공청이 국내 기업들과 2인3각으로 뛴다면 우주경제에서도 글로벌 격차를 빠르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미래 먹거리로 우주가 주목받고 있으나 갈 길이 멀다. 한국의 경제력 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항공, 특히 우주 분야에서의 순위는 민망할 정도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러시아를 제치기도 했지만 우주 투자는 러시아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GDP 대비 0.04%인 관련 예산을 배로 올려도 프랑스(0.14%), 러시아(0.2%), 미국(0.21%) 수준을 훨씬 밑돈다. 미국의 우주 관련 혁신기업들의 매출 절반이 정부 발주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관련 예산과 투자 규모 확대가 시급하다.

21세기 우주경제에선 산업적 측면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우주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4470억달러(약 596조원)로 이미 반도체시장을 능가했고, 2040년 27조달러(약 3경6000조원)로 60배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계 각국이 우주 개발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를 강화하는 이유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우주경제에서도 반도체의 성공신화를 재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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