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수정 경제전망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내년 성장률이다. 1.7%의 내년 성장률 예상은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치 중 가장 낮다. 보수적인 한국은행이 가장 극단적인 전망치를 내놓는 점 자체가 놀랍다. 올 들어 기관들의 경제전망은 늦어질수록 더 비관적인 수치를 내놓는 추세다. 아시아개발은행(ADB·2.3%), 국제통화기금(IMF·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등이 순차적으로 그랬고 이달 들어 발표된 한국금융연구원의 전망도 1.7%다. 그만큼 경제의 먹구름이 점점 짙어진다는 의미다. 그 결과 내년 한국경제는 2% 정도로 예상되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적을 낼 것이라는 게 거의 기정사실이 됐다.
단기적인 충격으로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는 있다. 글로벌 경제는 질병과 전쟁이 뒤섞인 특수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고착화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지난 정부 때부터 “저성장은 세계적인 현상이고 우리 경제도 그런 추세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국가에서 3~4%대의 고속 성장을 지속하기는 힘들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잠재성장률 이하의 저성장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오죽하면 그런 사례가 오일쇼크,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특수한 상황에 국한되어 나타났을까. 게다가 2% 이하의 성장과 4% 이상의 물가는 자칫 인플레보다 훨씬 무섭다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아무리 경계하고 대응해도 지나침이 없다.
물론 대부분의 기관은 잠재성장률 이하의 저성장이 내년에 그칠 것으로 본다. 한은도 2024년 성장 2.3%, 물가 2.5%를 제시한다. 1년이면 이탈했던 궤도에서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란 예상이다. 관건은 내년 상반기다. 내년 경제는 상저하고의 움직임을 보일 게 분명하다. 실제로 한은이 보는 것도 내년 상반기 성장률 1.3%다. 기준금리도 그 시기에 3.5% 언저리에서 최정점을 친다. 올해 82만명에 달했던 취업자 증가폭도 내년엔 고작 9만명선이 예상치다. 상반기엔 거의 현상유지 수준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경제 고통이 가장 큰 시기라는 얘기다.
결국 빠르게 돌파구를 찾는 것이 충격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현재로선 규제개혁이 유일한 답이다. 현 경제상황의 난관이 대부분 자구노력에 한계를 지닌 외부 변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심지어 추가 자본 투자 없이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길이다. 규제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