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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광장]참을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가벼움, 그럴 거면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가볍다. 쿤데라가 말한 가벼움은 가벼움도 아니다. 조금의 깊이 있는 논의도, 지속적 전망도, 조금의 생산적 협력도, 관용도 없이 분열된 모습이 현재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여기에는 지속적 민생도, 안정적 경제도, 견고한 국방과 항구적 안보도, 폭넓은 외교도 기대하기가 힘들다. 그러니 정치권과 정당, 기업과 노동계, 언론과 방송, 대학과 시민단체 등 어느 하나 그렇지 않은 데가 없다.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이 세계적 현상일까? 그런 것은 아니다.

독일은 최근 경기 침체의 위협과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및 그에 따른 난민의 유입과 에너지 수급 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에도 불구하고 견실한 성장과 고용률을 보인다. 거의 5%의 실업률과 사상 최대의 고용인구 지표가 그것이다. 뮌헨의 경제연구소 이포(ifo)가 밝힌 기업체감지수는 다소 하락 경향을 보이지만, 날레스 연방고용청 이사회 의장은 독일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매우 안정적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바탕에서 경제와 사회정책, 안보와 국방이 심층 논의되고 있다. 우리도 하는 일이라 말할 수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우리의 정치권과 정당은 국가와 사회를, 국민을 분열시키는 투쟁에 골몰하고 있는 듯 보인다. 국익과 전체 국민보다 자신들의 이익이,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중요하다. 이곳에선 소중하던 국민이 저곳에선 국민은커녕 적으로 바뀐다. 이중생활을 감당해야 하는 국민은 피곤하다. 그럴 거면 정당과 의원들에게 막대한 국가의 세금을 지원해 줘야 할 이유가 없고, 정당도 사조직으로 운영하는 게 맞다.

이른바 시민단체는 어떤가. 그중에는 여야의 외곽단체로 행동하는 시민단체가 적지 않다. 그럴 거면 시민을 떼고 정치단체로 등록하는 것이 맞다. 정치 중립의 시민단체는 홍위병이나 사병 조직이 결코 아니다. 방송은 어떤가. 종편의 주요 방송은 아침부터 정치 진영 막장 공방 프로를 방송하고 있다. 정당인과 정당에서 파견한 사람들이 패널로 나와 자기 진영의 논리만 선전하고 있다. 그럴 거면 정치인과 정당의 설전 쇼라 이름하지 시사프로그램으로 부를 이유가 없다. 방송은 원칙적으로 중립적 인사들이 나오고 사안에 따라 정당의 입장이 필요한 경우 정당인이 나와야 한다. 방송의 임무는 그곳에 있다.

우리 사회 경제 상황의 판단과 예측, 그리고 정책은 어떤가.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는 모두의 관심사다. 지금은 경기가 침체기라 할 수 있다. 이 상황이 진행되면 내년에 불황이 올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가 경기 침체를 걱정한다. 하지만 경기의 침체는 자연스러운 정상적 과정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정부의 지속 방만한 유동성 정책과 부동산과 자산의 폭등이 침체의 골을 깊게 했을 뿐, 언제나 되풀이되고 되풀이 되어야 하는, 시장의 생체 리듬과 같은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그 시기를 늦추거나 그 골을 증감시킬 수 있지, 피할 수는 없다. 피하려 하면 종국엔 경제 위기라는 폭탄을 맞는다. 사실 이미 침체의 시기가 다소 늦었다. 정부의 억지 정책 때문이었다. 윤 정부는 경기 침체를 우리 경제의 체력을 회복하는 소중한 시기로 사용해야 한다. 여기서는 그럴 거면 정부가 아니길 빈다.

조우호 덕성여대 독어독문과 교수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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