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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후 악당’ 오명, 이제 벗어나자

20일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개발도상국의 기후재앙 피해를 선진국들이 보상하는 방안에 합의가 이뤄졌다. 선언적 의미일 뿐이라며 평가절하되기도 하지만 역사적 의미는 크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수십년간 밀고 당기기를 해왔던 사안이어서다. 이번 합의도 연장 협상 끝에 도출됐다. 영국 BBC는 “지난 2015년 체결된 파리 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기후위기와 관련해선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이 계속돼 왔다. 즉, 선진국들은 엄청난 환경오염을 일으키면서도 별 부담 없이 경제성장을 했으면서, 지금 개도국들에 대해선 기후 관련 각종 감축 의무, 재정 부담 등을 지우며 성장 사다리를 치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가 기후위기 극복의 첫걸음을 뗀 건 의미있는 일이지만, 갈 길이 멀다. ‘선언적 의미’라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손실피해 기금 조성이라는 대원칙만 세우고, 구체적 실행방안은 내년 COP28로 미뤄뒀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선진국과 개도국 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어떤 피해를 지원할 것인지, 언제부터 도울 것인지, 누가 돈을 낼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 것인지 등 민감한 사안이 층층이다. 수조달러대의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수 있어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양측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 예컨대 기후위기에 따른 대홍수로 올여름 큰 피해를 본 파키스탄이 치를 비용은 300억달러(40조3000억원)인데, 유럽연합(EU)의 기여금은 6000만유로(823억원)에 그치고 있는 식이다. 또 선진국들은 이번 합의에서 지원 대상을 ‘기후변화의 부정적 효과에 특히 취약한 개도국’으로 한정하는 등 극도의 방어적 자세를 취했다.

그래도 이번 선언이 전 지구적 공동대응의 구체적 신호라는 점에서 한국은 향후 행보의 틀을 짜 놔야 한다. 특히 온실가스 과다 배출국인 한국은 지난 2016년 영국기후기관으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더불어 세계 4대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으로 지목된 이후 아직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위상에 비춰볼 때 수치스런 일이다. 리더십과 책임감을 갖고, 구체적 기여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현재 유엔기후변화협약상 개도국 그룹에 속해 지원 의무가 없다고 안주해선 안 된다. 역시 개도국 그룹에 속한 중국과 사우디 등에도 무언의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곧 우리 얘기이니, 지금부터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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