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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근로시간 유연화, 노동개혁 출발점 삼아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7일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내놓은 근로 유연화 방안들은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이란 슬로건만 빼고는 하나 새로울 게 없다. 온통 그간 거론됐던 내용들의 나열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노동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정부의 노동정책으로 반드시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가장 관심사는 연장 근로 부분이다. 연구회는 현재 ‘1주일’ 단위로 관리하는 주 52시간제의 관리단위를 월단위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총량은 유지하되 단위시기별로 유연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월 208시간 하는 식이다. 당연한 얘기다.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시행된 지 1년 남짓이지만 경직된 주52시간제의 폐해는 작지 않다. 개발과 출시 시기가 사업의 성패로 직결되는 게임회사나 스타트업엔 손발을 묶는 족쇄다. 비단 IT업계만이 아니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빠진 중소기업들엔 더 치명적이다. 노사가 마찬가지다. 근로자들은 잔업 수당이 줄어 투잡을 뛰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사주는 일감을 줄여야만 공장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구호만 좋았을 뿐 현실은 ‘배고픈 저녁’이었다.

물론 과로 사회로 가는 건 막아야 한다. 그건 당위다. 하지만 장시간 근로를 막자고 기업을 병들게 하는 건 더 피해야 할 일이다. 중요한 건 취지를 감안한 운용의 융통성이다. 업종과 기업 규모의 특성에 맞게 운영되어야 제대로 정착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근무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까지 감안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완장치는 절대적이다. 연구회는 “특정 기간 과로를 막기 위한 다양한 건강보호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무일 간 11시간 필수휴식, 연장노동을 휴가로 보상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는 이구동성으로 반발한다. 극단적으로 주 69시간 노동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유연화를 자기 입장에서만 해석해선 안 된다. 고용유연화가 맘대로 해고하는 게 아니듯 근로시간 유연화 역시 마구 근로시간을 늘리는 게 아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고 필요할 때 더 일하고 추후 휴식을 확보해 주자는 것이다. 그래야 생산성이 향상되고 경쟁력이 높아진다.

노동개혁은 복잡한 과제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근로시간 유연화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경제가 산다. 노동계는 합리적 운용의 길을 터줘야 하고 사용자들은 확실한 휴식과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정착은 공동의 몫이다. 그게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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