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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경제문제의 정치화’ 무엇을 노리나?

레고랜드 사태에 대해 형사 사건화를 시사해 온 더불어민주당이 행동에 나섰다. 14일 김종민 의원을 단장으로 한 금융위기사태 진상조사단이 강원도청을 방문해 관계자와 면담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형사사건화의 씨앗은 지난달 26일 민주당 토론회에서 뿌려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재명이 공무원들을 시켜서 (중도개발공사에) ‘지급하지 마라, 그냥 부도내자’고 결정하게 시켰으면 직권남용으로 바로 수사했을 것”이라며 “검찰, 경찰은 왜 김진태를 수사하지 않느냐”고 직격했다.

사실확인이 필요하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 9월 28일 레고랜드 시행사인 중도개발공사에 대한 회생신청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회생신청과 보증채무 변제거부는 층위가 다른 별개의 사안이다. 김 지사는 채무변제거부 의사를 밝힌 적이 없으며, 내년 1월 29일까지 보증채무를 이행하고 이를 위해 2050억원의 보증을 예산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회생신청 계획은 방만한 지방정부 보증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일종의 경종이다. 따라서 직권남용이 아닌, 지자체장의 고도의 경영(정책)판단으로 해석해야 합당하다. 이재명 대표도 과거 성남시장 재직 당시 전임자 이대엽 전 시장이 수천억원대 채무를 남겼다는 이유로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한 적이 있다. 모라토리엄은 되고 회생신청은 안 된다는 억지인 것이다.

일이 꼬인 것은 중도개발공사가 부도처리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건은 회생신청 의향을 보증채무 변제거부로 간주하고 중도개발공사를 부도처리한 채권단 주관사인 BNK투자증권의 행동이 적법하냐는 것이다.

강원도가 회생신청을 할 경우 기한이익 상실 통보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다면, BNK투자증권의 부도처리는 적법하다. 기한이익 상실은 계약당사자 간에 신뢰가 깨져 계약기간이 지켜지지 못해 생기는 손실을 의미한다. 채무자(중도개발공사)의 신용위험이 급격히 높아져 채권자(BNK투자증권)의 입장에서 조기상환을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김 지사는 회생신청 계획을 발표했을 뿐 신청 절차를 개시하지 않았다. 회생신청을 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생신청을 발동했다고 가정하고 부도처리한 것은 과잉방어인 것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김진태 발(發) 채권시장 위기’도 부당한 낙인이다. 레고사태 이전(9월 28일)에 이미 자금경색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9월 16일 현재 회사채(AAA 등급) 3년물 금리는 4.6%를 넘어섰다. 회사채를 싸게 발행해야만, 즉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만 회사채가 소화되기 때문에 경색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한전채와 은행채들이 다량으로 발행되면서 일반회사채는 시장에서 소화되기 어려웠다. 레고사태가 회사채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 아니다.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김 지사의 회생신청 계획이 보증의무 미이행이고 채권시장 경색의 방아쇠였는가. 김 지사가 2050억원을 지급보증했으면, 고환율·고금리 이전의 정상상태하의 회사채 금리로 돌아갈 수 있었겠는가.

강원도 도민의 잠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회생신청 검토가 검찰의 수사대상인가. 강원도 재정자립도를 감안해, 무분별한 채무보증에 대한 경감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수사대상인가. 형사사건화, 수사 운운은 도리어 이재명 대표를 향해 좁혀오는 검찰의 칼날을 피하겠다는 꼼수로 읽힐 뿐이다. 경제문제를 정치 쟁점화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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