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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한미일 북핵 공조 공동선언, 내실 갖춰가는 尹 순방외교

윤석열 대통령이 첫 방문지인 캄보디아 프놈펜 2박3일 일정을 마치고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 도착했다. 동남아 순방 외교의 후반 일정이 시작된 것이다.

윤 대통령의 4박6일 동남아 순방중 첫 번째 절반 일정에선 외교적 성과가 적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핵에 대응하는 한·미·일 3국의 협력 강화 관련 내용이다. 세 나라 정상은 포괄적 성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른바 ‘프놈펜 3국 파트너십 성명’이다. 이에 따라 3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발사 지점과 예상 목표, 미사일의 유형, 운항 궤적 등 서로 파악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3국 정상이 안보 분야에 공동성명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아시아의 안보 불안감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때엔 3국 정상의 대동단결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로 평가된다.

순방 출발 당시까지도 예정된 것은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뿐이었다. 한일 정상회담은 현지에서 확정된 것이다. 거의 3년 만에 이뤄진 한일 양국 정상간 정식 회담이다. 양국 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증거다. 그 결과가 3국의 논란 없는 공동성명이다. 평가에 인색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과 관련해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부터 “한국 기업의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고려할 것”이란 발언을 이끌어낸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서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관리들의 발언은 “우려를 잘 안다”는 수준에서 “한국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선까지 나아갔다. 향후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남은 발리 일정도 숨가쁘게 돌아간다. 윤 대통령은 G20 공식 회의는 물론 회원국 경제단체와 기업 대표들이 참여하는 B20 서밋 참석과 기조연설,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까지 중요한 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무엇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 성공 후 처음 등장하는 국제무대다. 조율되지 않은 한중 정상회담을 기대하기는 무리겠지만 대면 가능성은 없지 않다.

이번 동남아 순방 행보는 그동안의 유엔 캐나다 영국 방문 등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MBC의 동행취재를 불허한 보복성 조치가 옥에 티지만 지금까지는 외교적 실수나 의전에서의 구설이 없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남은 G20 일정에서도 세심한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외교는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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