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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외화내빈 고용시장, 노동규제완화 시급하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달에도 취업자 수는 67만7000명 증가했다. 몇 달 전 84만명을 넘던 증가폭이 60만명대로, 5개월 연속 둔화됐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이후 20개월 연속 증가다. 계속 높은 수준의 취업자 수 증가를 기대하는 게 무리다.

사실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이렇게 설설 끓는 고용 호황은 이례적이다. 대부분의 고용지표가 정점에 가깝다. 고용률은 68.9%로, 전년 동월보다 1.6%포인트 올라갔다. 10월 기준 역대 최고 수치다. 당연히 실업률은 2.4%(0.4%포인트 하락)에 불과하다. 2800만명이 넘는 경제활동 인구 중 실업자는 70만명도 안 된다. 거의 완전 고용이다.

하지만 외화내빈이다. 겉만 번지르르하다. 알맹이가 없다. 10월 취업자 증가의 3분의 2(46만명)가 60세 이상 노인들이고 주당 평균 36시간 미만 취업자들이 대거 늘어났다. 재정 알바형 단기 고령화 취업이 주도했다는 얘기다.

비임금 근로자의 증가세는 여전히 나 홀로 사장(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들이 채운다. 심지어 이런 고용 호황의 와중에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할 40대는 오히려 취업자 수가 1만1000명 줄었다. ‘40대 인구가 줄어서’라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800만명 중 고작 10만명이다.

더 큰 문제는 고용 불균형이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기에 미래산업까지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미래 신주력 산업 인력 수급 상황’을 설문조사해보니 조선,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의 생산직무 인력 부족이 30~50%에 달했다. 조선업은 3년치 일감을 수주해놓고도 일손 부족으로 납기를 못맞출까 걱정할 정도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근로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 이외엔 답이 없다. 파견근로제와 52시간 근로제만 좀 더 탄력적으로 운용해도 금방 성과를 볼 수 있다. 앞서 가자는 것도 아니다. 국제 수준으로만 맞춰도 숨통이 트인다. 개혁이나 완화라고 할 것도 없다. 그건 정상화다.

사례는 수도 없다. 독일은 근로시간 초과분을 쌓아뒀다가 나중에 휴가로 사용하는 ‘근로시간계좌제’를 도입하고 고용률이 10% 이상 높아졌다. 그게 벌써 20년 전 일이다. 네덜란드가 파견사업허가제를 폐지하고 경제활성화에 성공한 건 그보다 오래됐다. 단체협상을 3년마다 하는 나라도 많다.

외국 기업이 한국 투자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경직된 노동정책과 강성 노조다.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일거양득, 삼득의 해결책을 미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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