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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참사에 얼어붙은 실물경제

“일주일 동안 예약됐던 모든 행사가 끊겼어요. 문제는 크리스마스 대목이 코앞인데 들어오던 행사들도 취소될 눈치가 보이네요.”

행사장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한 연주자가 최근 인터넷 직장인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제대로 손도 못 쓴 채 순식간에 150여명의 목숨이 사라진 이태원 참사가 가져온 실물경제 현장의 후폭풍이다.

대형 참사 직후 실물경제가 영향을 받는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전분기 대비 0.5% 늘었던 1분기 민간소비는 4월 참사 발생과 함께 2분기 0.2% 감소로 반전했다. 그해 연간 성장률 역시 한국은행이 애초 세월호 참사 영향을 반영해 수정 전망했던 3.8%보다 낮은 3.2%에 머물렀다. 전국적인 애도와 분노 속에 학생들의 수학여행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주관·후원하는 행사, 그리고 민간기업의 각종 대형 마케팅행사까지 대부분 취소됐던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민간 내수 분야 지표 악화는 당연했던 일이다.

올해 상황은 2014년보다 더 좋지 않다는 평가다. 세계적으로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보가 이어지면서 기업과 개인의 이자 부담도 빠르게 늘고 있다. 휘발유·식재료 모두 안 오른 게 없다. 안 그래도 지갑을 닫아야 하는 시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처럼 지갑이 열렸던 각종 행사 자리도 다시 줄어들 상황에 처한 셈이다. 당장 기획·장비 렌털·인력 알선 등 행사 관련업계 종사자는 연말을 걱정하고 있다. 12월 크리스마스와 연말 대목이 3년 만에 살아나면서 꽉 차있던 일감이 1주일의 추도기간 이후에도 줄줄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우리 경제와 고용에서 특히 비중이 큰 주요 상권의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연말 대목에도 썰렁한 가게를 나 홀로 지켜야 했던 지난 2년의 씁쓸했던 연말 풍경이 올해도 다시 그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공개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나서 말하기 쉽지 않은 것도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코로나19에 간신히 연명했던 지역상권이 올 들어 그나마 나아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나 공공기관 노력이 연말까지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집단주의 경향이 강한 우리 사회특성과 분위기에 개인이나 공공이 나서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를 외치기에는 예상되는 역풍이 너무 크다는 의미다.

앞으로 정부, 정치권, 우리사회 전체가 당연히 해야 할 수습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단순한 추모 그리고 이를 빙자한 정치세력 싸움에만 몰두한다면 상복 입는 기간을 두고 정쟁만 하다 근대화의 길을 외면하고 민생을 어려움에 빠지게 했던 조선후기 권력자들의 실패를 되풀이할 뿐이다.

정부기관도, 언론도, 일반국민도 예상하기 힘든 사고였다고만 말하거나 반대로 누구 탓으로 몰아가기만 하는 것 모두 지양해야 한다. 이제는 추모기간 이후 예정됐던 각종 행사에 안전에 대한 점검과 투자를 강화하고, 또 인파 밀집을 줄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실행할 때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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