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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포커스] 부동산 공시가, 확 바뀐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역대 최대 하락률’ ‘초고가 대장주도 예외 없어’.... 요즘 일간지 경제면을 장식하는 집값 기사 제목들이다. 상투 잡은 영끌·빚투족의 근심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수년간 오르기만 했던 집값이 꺾여 내림세로 돌아선 것은 한편으로 자연적 현상일 수도 있겠다. 문제는 추락하는 집값에도 지난 정부에서 무지막지 올려놓은 부동산세금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정부에서 강행한 ‘부동산 공시가 현실화 계획’으로 공동주택 기준 공시가격이 지난 이태 동안 무려 36% 넘게 올라 1주택 실수요자들까지도 세금폭탄을 맞았다. 더군다나 하반기부터는 집값이 속락하고 있음에도 종부세와 재산세 산정에 급등한 공시가가 적용되다 보니 체감 세 부담이 한층 클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집값 하락 추세라면 지역이나 시점에 따라 공시가가 시세보다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현상까지 나타날 수도 있다.

공시가의 급속한 인상은 실질적으로는 보편증세, 서민증세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저가 부동산의 공시가격도 덩달아 급등해 웬만한 집 한 채 가진 서민의 부담까지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급등한 공시가는 재산세와 같은 부동산세금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수혜 자격, 피부양자 자격 등에 연동돼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은퇴가구와 고령자에겐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 부동산 공시가제도는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할뿐더러 지역이나 주택의 형태, 가격대별로 들쭉날쭉하다. 산정 기준도 현실적이지 못하고 공시 절차가 깜깜이라는 문제도 지속해서 지적됐다. 결과적으로 집값을 왜곡시키게 되는데 이들은 급등했던 집값이 추락하는 작금에 있어서 공시가격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추락시키는 배경이 된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에서 이러한 부동산 공시가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개편할 모양이다. 그 첫걸음으로 4일 관련 공청회가 개최됐는데 어떤 경로를 밟아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법률 개정이 녹록지 않은 정치지형으로 근본적인 개편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아 우려된다. 그렇더라도 주택의 유무와 빈부 여부와 관계없이 납세자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부동산 공시가 문제를 가능한 한 빨리 해소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전 정부에서 확정하여 강행해온 부동산 공시가 현실화율 목표치 90%를 70~80% 수준으로 하향조정하고 목표치 도달기간도 공동주택 기준 5~10년에서 13~20년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세는 예상을 벗어나 급등락하거나 장기간 상승 또는 하락하는 경우도 빈번하고, 시세 자체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운 여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의 급속 인상에 따른 충격을 일정 부분 완화하기 위해 한 해 정도는 아예 동결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장기적으로는 부동산세, 특히 보유세 산정 방식의 전면적 손질이 필요하다. 불합리한 세제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공시가에 관련된 각종 부동산세제의 개편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시가에 관련된 제반 법 규정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치지형의 정상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쉽지 않을 일같이 보이지만 말이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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