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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13년 만의 한국형 원전 수출, ‘원전강국’ 복원 청신호

한국형 원전(APR 1400) 수출이 재개될 모양이다. 아직 구속력이 약한 협력의향서(LOI), 양해각서( MOU) 단계여서 불확실성을 제기할 수 있지만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이 ‘본계약 가능성은 100%’라고 확약한 만큼 사실상 수주 확정으로 봐도 무방하다. 본계약이 이뤄지면 ‘탈원전 폐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첫 원전 수출이자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와 수출계약한 이후 13년 만의 원전 수출이다. 특히 이번 수출은 에너지위기 속에 원전 붐이 일고 있는 유럽에서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과 시공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향후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이번 사업은 폴란드 최대 민간 발전사인 제팍이 내년에 폐쇄하는 석탄발전소 부지에 1.4GW급 원전 2~4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원전 1기마다 건설비를 5조~7조원으로 추산하면 전체 수주액은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30조원에 이른다. UAE 원전 4호기 수주액은 총 186억달러로, 당시 환율 기준 21조원이었다. 지난 8월 말 수주한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원전과 달리 노형(爐型·원자로 형태)까지 수출하는 사업이어서 의미가 크다. 앞서 폴란드 정부가 발주한 40조원 규모의 사업(1~1.6GW 규모 원전 6기)을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에 빼앗겨 뼈아팠는데 이번 수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탈원전으로 주춤하는 사이 글로벌 원전 시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수주를 휩쓸어왔다. 그러나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견제 분위기가 형성됐고 유럽을 비롯한 서방에서 한국형 원전의 경제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40여년간 총 27기를 꾸준히 건설·운용해온 한국 원전의 경제성은 미국·프랑스 같은 경쟁국을 압도한다. 한국형 원전의 kW당 건설단가는 3571달러로, 프랑스(7931달러)나 미국(5833달러)의 45~60% 수준이고, 중국보다도 싸다. 또 계획된 공기와 예산을 준수하며 가장 빠르게 원전을 건설하는 능력에서 경쟁국을 압도한다는 점도 정평이 나 있다.

폴란드 원전 수출이 유럽에서 일고 있는 ‘원전 르네상스’에 올라탈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이 뛰고 공급마저 어려워지는 가운데 석탄발전을 원전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이다. EU(유럽연합) 택소노미(녹색 분류 체계)에 원전이 포함되면서 유럽 금융시장에서 원전 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도 유리해졌다. 이번 기회를 ‘원전 강국’ 복원을 앞당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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