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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부동산시장 연착륙 의지 보여준 비상경제민생회의

27일 TV로 생중계된 윤석열 대통령 주재의 비상경제민생회의는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가계, 기업 등 우리 경제 주체들을 정부가 어떻게 살려낼지에 대해 정책당국자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기회였다. 정부가 현 경제위기의 본질을 국민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발등의 불’인 고금리·고물가와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을 어떻게 돌파할지, 향후 정책 기조는 어디에 중점을 둘지,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할지 진솔하게 소통해나간다면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경제위기 극복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가계와 기업은 당장 돈이 돌지 않고, 구한다 해도 높은 금리에 비명을 지르는 절박한 상황인데 중장기 로드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비상’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았다. 앞서 10차까지의 회의에서 다뤄진 내용의 중복을 피하려 했겠지만 국민에게 공개되는 첫 회의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적 기대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비상스럽지 않았던 비상경제회의’라는 야권의 비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시장의 필요에 즉각적으로 응답한 게 있다면 큰 폭의 부동산 규제 완화다. 지역과 집값에 따라 0~70%로 차등 적용되던 LTV를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50%로 통일하고, 15억원이 넘는 주택에도 담보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올 들어 주택거래가 비정상적으로 위축되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과 1주택자의 주거 이동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시의적절한 조치다. 매달 5000~1만건씩 체결되던 서울 아파트거래가 최근엔 월 1000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약당첨자의 기존 주택 처분시한을 기존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리는 것도 ‘거래절벽’의 시기에 필요한 조치다. 중도금 대출 기준을 분양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린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정부는 다음달 중 규제지역을 추가 해제하고, 연말까지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방안을 발표해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는데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선 가야 할 방향이다.

문재인 정부가 초저금리가 불러온 ‘미친 집값’에 시달렸다면, 현 정부는 고금리에 따른 집값 급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가계부채(1800조원)의 상당 부분이 주택 구매에 쓰인 만큼 집값이 하락할 경우 금융권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또 112조원 규모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부실화되면 중소 건설업계의 줄도산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부동산 경착륙은 민생파탄을 몰고 올 정도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가 큰 만큼 야당도 규제 완화를 통한 연착륙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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