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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제위기 최고 방파제는 재정건전성임을 잊지 말아야

재정건전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글로벌 경제전문가들의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은 최근 “대규모 경기부양에도 물가 걱정 없을 것”이라던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고 공개사과했다. 건전 재정으로 돌아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가스파르 재정국장은 최근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재정지출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을 통해 위험 징후를 감지하는 전문가다. 그런 그가 건전성 강조 차원을 넘어 긴축을 얘기한다. 그만큼 위험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재정지출 증가로 수요 압력이 강해지면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더 높이게 되고 정부 부채상환비용도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불과 2주 전 영국의 금융혼란도 취약한 재정 상태에서 대규모 감세정책을 발표한 데 따른 시장의 경고였다.

남의 일이 아니다. 2017년 660조원이었던 우리의 국가채무는 지난해 967조원으로 급증했고 올해 약 1070조원까지 늘어난다. 기준금리가 3%까지 치솟으면서 이자 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이제 긴축재정은 정책입안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겐 국가신인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행히 우리 정부도 이에 적극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의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각국이 긴축 통화정책과 건전 재정정책의 일관성을 지켜 인플레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의 효과를 상쇄하는 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발언해 공동 보조를 맞췄다.

의지와 발언만으로 국제적인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 다행히 실질적인 조치들도 진행되고 있다. 내년 예산은 본예산 대비로는 5.2% 늘어났다지만 올해 추경까지 포함해 비교하면 6%나 줄어든 수준이다. 여기에다 정부는 내년 공공기관의 경상경비를 3% 이상 삭감해 1조원 이상 줄이겠다고 17일 발표했다. 경상경비 예산이 깎인 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그럼에도 재정에 부담이 될 폭탄은 곳곳에 산재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각종 연기금 고갈시기이 시시각각 다가온다. 건강보험도 내년부터 적자다. 모두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

건전재정이 경제위기의 방파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1990년대 말 IMF 환란을 초고속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국가부채비율이 11%에 불과했고 그래서 수십조의 공적 자금 운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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