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온통 위기 징후다. 모든 게 불안하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되돌아봐야 한다. 사실 지금의 모든 경제 현상은 이미 예정된 것들이다. 경제원칙상 필연이다. 오판이거나 감추다 크게 터졌을 뿐이다.
오늘날 전 세계를 뒤덮은 인플레는 터무니없는 통화팽창의 결과다. 2008년 금융위기 때 3조달러나 풀린 돈을 1조달러도 제대로 회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 대응책이라며 더 많은 8조달러 이상을 쏟아부었으니 당연히 나타날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관료들의 판단착오다. 머지도 않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옐런 미 재무장관이나 버냉키 미 연준 의장 모두 “인플레 우려는 없다”고 말했었다. 지금 그들은 “경기가 침체해도 고물가는 잡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조치는 과한 게 낫다”고 말할 정도다. 실수는 인정하지 않는다. 코로나 시국에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와 손을 잡은 통화정책일 수도 있다.
대가는 혹독했다. 긴축을 늦추다 보니 인플레는 더 심해졌다. 금리인상의 속도는 더 가팔라야 했다. 수많은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으로 3%를 올리고도 부족하다. 아직도 미국의 물가는 하늘을 찌른다. 13일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2%다. 벌써 몇 달째 8~9% 수준이다. 근원 물가가 연고점을 찍는 수준이니 당분간 드라마틱하게 낮아질 가능성은 없다. 다음달 또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은 거의 필연이다.
급격한 금리인상이 몰고 온 킹달러 현상은 경기침체보다 위험하다. 각국의 환율전쟁을 불러왔고 자본시장의 후유증은 엄청나다. 선진 금융의 대표선수인 파생상품시장에선 마진콜(손실보전 증거금 보전 요구)로 인한 부도설이 끊임없다. 금융안전의 대명사였던 스위스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제2 의 리먼브러더스설이 나도는 판이다.
고물가를 잡으려면 고금리는 당연하고 경기침체 역시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결과다. 거기에 맞는 대응이 절실하다. 아직도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곳이 정치권이다. 지금은 재정건전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금융위기설은 모두 허약한 재정에서 비롯됐다.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더하다. 그런데도 우리 국회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같은 포퓰리즘적 돈 풀기 입법을 멈추지 않는다. 정부의 병사월급 200만원 인상 추진도 마찬가지다. 9급 공무원 초임(168만원)보다 많다. 그 정도면 모병제를 실시하는 편이 낫다.
경제 원칙에 ‘공짜 점심’은 없다. 모든 것은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그건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 우리 자손의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