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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환율 못 잡는 기준금리 인상…국민들 이자 부담만 커지는데
외환시장 개방 안돼…‘관치’ 유지
외국은행서 高비용으로 달러 조달
美금리 영향력 더 큰 ‘기형적’ 구조
한은 조기 긴축 불구 원화 값 폭락
現경제위기 대응전략 다시 살펴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크게 올렸다. 앞으로도 더 올릴 태세다.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인 환율 상승세는 잡기 위해서다. 그런데 효과가 시원치 않다. 심지어 원화 가치 하락은 다른 통화 대비 유독 심하다. 최근 1년 새 가치 하락 폭이 20%에 달한다. 금융 시스템에 난리가 난 영국 파운드나 전쟁의 피해가 큰 유로 보다 가치가 더 떨어졌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일찌감치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금리를 올리면 통화는 강세를 보인다는 게 정설이지만 요즘 원화에는 잘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외환시장인 역외시장(off-shore market)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경제 규모가 작고 변동성에 취약해 투기 세력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측이 내세우는 이유다. 세계 10위 경제 규모와 어울리지 않는 논리다.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원화의 지나친 평가절상을 막기 위해 정부가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역내시장 제도를 고집한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더 있어 보인다. 실제 우리 외환시장은 당국자의 ‘구두개입’만으로 환율이 움직이기도 한다. 외환위기 이후 고정환율제는 포기했지만 정부의 ‘관치’ 미련은 여전한 셈이다. 외환시장 비개방은 환전이 중요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상당한 제약이다. 우리 증시가 선진지수에 편입되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다.

우리 외환시장은 은행간 거래에서 환율이 결정되는 구조다. 외국환은행을 통해서만 외환이 거래된다. 무역이나 투자유치로 달러가 충분히 유입되면 문제가 없다. 경상수지 적자나 외국인 자금 이탈로 달러가 부족해질 때가 문제다. 원화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달러와 바꿀 수가 없다. 외국은행들에게 달러를 빌려야 한다. 외국은행들이 달러를 조달한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니 값이 더 비싸진다. 환율이 국내 금리보다 달러 조달비용인 미국 금리에 더 민감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2020년 상반기 코로나 쇼크 때에도 환율이 급등했지만 미국이 전세계에 달러를 풀면서 금세 안정이 이뤄졌다. 통화 스와프도 맺어줬다. 미국이 달러를 풀지 못하는 이번과는 다르다. 달러 조달하는 값이 많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준이 긴축하는 마당에 다른 나라와 통화스와프를 맺을 리 없다. 전세계적으로 국제결제 통화인 달러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달러 부족한 나라가 속출하면서 구제금융을 하는 국제통화기금(IMF)도 힘이 부칠 정도다.

우리 외환시장의 문제는 저효율과 고비용 뿐 아니다. 주도권을 외국은행들이 갖는 ‘기형’이 심각하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외국환은행의 일평균 외환거래는 583억1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0.3% 늘었다. 국내 은행 거래규모가 259억7000만 달러로 4.9% 늘었는데 외은지점 거래는 323억3000만 달러로 15.2%로 급증했다. 정부와 한은이 외환시장에 개입을 할 때도 주로 외국계 창구를 이용해 정보도 가장 빨리 얻는다. 그래서 외환시장에서 외은지점은 절대 ‘갑’이라는 게 정설이다. 원화 가치가 출렁일 때마다 외환관련 금융거래로 ‘떼돈’도 번다.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61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환율이 크게 흔들렸던 2020년 이후 반기로 가장 큰 규모다.

최근 시장금리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4%까지 올릴 것이란 예상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이후 예대금리차 평균은 기업대출 2%포인트, 가계대출 2.5%포인트다. 6%대 이상의 이자율은 각오를 해야하는 셈이다. 요즘 대출은 이자와 함께 원금 일부도 분할상환해야 한다. 빚 부담이 커지면 가계 소비는 급감하고, 대출 부실위험은 커진다. 경기 위축에 이은 자산가격 급락은 가계와 기업은 물론 금융회사들의 건전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

미국이 강력한 긴축에 나서면서 전세계 상당수 국가들이 금리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연준의 목표는 제한된 공급에 맞춰 수요를 줄여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경기도 양호하고 금융위기를 겪으며 가계 부채도 크게 줄었다. 한은은 수입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달러 강세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가계와 기업들의 부채부담이 상당하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환율 안정효과는 제한적이고, 이자 부담만 높아진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현재의 경제 상황에 제대로 대처를 하고 있는 것인 지 다시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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