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선의 위기감이 심각하다. 수출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가장 중요한 엔진이다. 그런데 난관이 너무 많다. 거의 상수가 돼버린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은 차치하고 신냉전이라 불릴 정도로 심각한 미-중 무역갈등은 최악의 변수로 부상했다.
자국 기업이 생산한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막아온 미국은 이제 자국 기술과 장비가 들어간 반도체의 수출까지 막으려 한다. 다른 나라의 반도체 중국 수출도 막겠다는 봉쇄 전략이다. 안 그래도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자동차업계의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치는 격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기업들의 심리는 위축되어만 간다. 한국무역협회(KITA)의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이를 잘 보여준다. 5일 발표된 4분기 EBSI 지수는 84.4에 불과하다. 100을 기준으로 낙관과 부정적 전망이 나뉘는데 지난 2분기부터 3분기 연속 기준점 이하다. 심지어 하락폭이 커졌다. 2분기 96.1, 3분기 94.4였는데 80점대로 떨어진 4분기 전망은 거의 최악이다.
기업들이 수출 전망에 비관적인 원인 분석은 어렵지 않다. 원자재 가격 상승의 추세 속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심화로 금리 상승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을 끌어내리는 이런 요인들은 전혀 해결 기미도 없이 오히려 악화일로다.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물론 전망이 곧 결과인 것은 아니다. 2, 3분기 전망도 비관 쪽에 가까웠지만 실적은 달랐다. 9월만 해도 574억6000만달러로, 같은 달 실적으로는 역대 최고다.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품목의 수출 부진에도 자동차, 이차전지, 선박 등이 떠받쳐 놀랄 만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 경제의 저력이다.
문제는 이 정도로 안 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수출증가율이 너무 부진하다. 9월에도 수출증가율은 2.6%에 불과하다. 반면 수입은 18%를 넘는다. 나는 수입에 기는 수출이다. 그 결과가 6개월 연속 무역적자다.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300억달러에 육박하고 이 상태로라면 연말 48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그럼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커진다. 가장 힘든 ‘쌍둥이 적자’다.
결국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는 수밖에 없다. 기는 수출을 달리게 만들어야 한다. 위기감을 느낀 기업들은 지금 생존경영에 돌입했다. 위축된 기업들이 힘을 내고 수출을 늘려가도록 하는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정쟁에 묶인 반도체특별법과 법인세 감면 등 세제 개편·규제 완화 법안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