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안전 규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8일 발생한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참사 반면교사인 셈이다. 이번 화재로 7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고, 구조된 1명도 매우 위중한 상태라고 한다. 짧은 시간에 인명 피해가 컸던 것은 사고가 난 지하주차장에 제연 시설이 없었던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경찰은 사망자 대부분은 질식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하 1층 주차장 물품 하역장에 쌓아둔 의류 박스에 불이 붙으면서 다량의 유독성 가스가 뿜어져 나왔지만 제때 외부로 배출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는 것이다. 제연 시설이 가동됐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사고였다는 얘기다.
문제는 지하주차장 제연시설 설치가 의무 규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고 건물 역시 제연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완공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새 건물인데도 설치가 안 됐다면 다른 일반 건물에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지하주차장은 일단 화재 사고가 나면 지상에 비해 유독가스 질식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만 해도 본격 영업이 시작되기 전이라 그나마 이 정도 피해에 그쳤다. 만일 영업이 한창이고 일반 차량이 많이 드나드는 시간이었다면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제연시설 설치 대상에 일정 규모 이상의 지하 주차장을 포함시켜야 한다.
더욱이 지하주차장은 갈수록 대형화되고 다양하게 활용되는 추세다. 대부분 대형 건물은 미로같은 지하주차장이 건설돼 있고, 아파트 지상에 차량이 보이지 않은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게다가 자동차 정비 영업을 하거나 전기차 충전 시설이 대폭 늘어나고 있어 화재의 위험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연기 배출 설비뿐 아니라 반응 속도가 빠른 스프링쿨러 설치 등 유사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설도 의무 규정에 함께 포함시켜야 한다. 물품 하역장 지상화 등 다각적인 지하시설 안전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폭우로 경북 포항 한 아파트 주차장이 침수돼 8명의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지하주차장은 여러 면에서 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제 극명하게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를 최대한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에 구멍이 없는지 더 촘촘히 살피고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안전에 관한 대책은 지나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적용해야 한다. 외양간을 야무지게 고쳐야 다시는 소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