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국무회의에서 밝힌 인구정책 개선의지는 원인 파악과 새로운 해법의 방향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 기존의 대책들과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윤석열 정부의 인구정책 역시 부모급여(만1세까지 70만원, 2세 35만원) 신설 등 제정으로 돈을 더 퍼 준다는 것 이외에 새로울 게 없었다.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이민청 설립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은 군불 때기 정도다. 갈 길이 멀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인구정책에 균형발전을 연계시켰다는 점이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선 지역이 스스로 동력을 찾고 발전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중앙지방협력회의, 이른바 제2국무회의를 정례화해 지자체장들과 함께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들은 미리 보여주는 한국의 미래상이다. 지금 한국은 지방 소멸로 가는 사회다. 서울 수도권 집중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젠 거점 도시들까지 주변의 인구를 빨아들이고 있다. 지방은 아이 울음소리가 그치는 동시에 남은 청년들마저 도시로 빼앗긴다. 자연감소에 사회전출의 충격을 동시에 받는다. 오죽하면 기초지자체 중 고령화율 1위인 경북 의성군은 인구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지역 상권이 유지될 리 없고 병원을 비롯한 사회기반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활력이 사라진 축소사회의 마지막은 결국 소멸이다. 이미 229개 기초지자체 중 절반(113개)이 소멸위기로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이야 인구를 빨아들이는 거점도시들이 어려운 줄 모르겠지만 지방 소멸 이후 인구 유입이 멈추면 도시 역시 외곽부터 도심으로 축소와 소멸의 전철을 밟게 된다.
젊은 세대의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도 중요한 정책 대상이 돼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똑똑하다. 그들은 출산과 양육에 대한 비용 부담을 사회화해준다 해도 결국 자신들이 떠맡게 될 세금부담이란 점을 잘 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자신들에게 더 남는 장사라고 판단할 정도의 파격적이고 참신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인구정책이 주택과 문화를 포괄하는 종합예술이어야 하는 이유다.
당연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전면개편도 꼭 필요하다. 수백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하락일로인 출산율은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의미한다. 또다시 위원들의 전문성 논란을 불러와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