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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성과 조급증’에 국격 훼손 논란 낳은 윤석열 외교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미국, 캐나다 3개국 순방외교는 빠듯한 일정에 변수가 많은 현지 사정, 굵직한 다수의 현안으로 쉽지 않은 여정이 예성됐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작은 않은 성과를 거뒀다. 30분간의 약심회담이었지만 2년9개월 만의 한일 정상회담은 역대 최악 상황인 한일 관계복원의 단초를 마련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 정치일정 때문에 무산됐지만 세 번의 환담을 통해 인플레이션감축법, 통화스와프 등 현안에 대해 우리의 우려를 전달하고 긴밀한 협의를 하기로 했다. 한·캐나다 정상회담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리튬·니켈 등 2차전지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순방외교를 떠나기 전 국민에게 발표했던 정상회담과는 판이한 모습으로 국격 훼손 논란을 낳은 점은 이 같은 성과마저 퇴색시킨다. 통상 정상회담이 두 나라 사이 일정, 형식, 의제 등을 모두 조율한 뒤 발표하는 걸 고려하면 일주일 전에 약속했던 한미 정상회담이 취소된 것은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대신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사장인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로 달려갔고 48초의 스탠딩 환담을 했다. ‘조우’ 같은 만남을 회담이라 하고 여기서 통약을 포함한 48초 동안 인플레감축법 같은 복잡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니 헛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환담을 마치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게 툭 던진 비속어는 외신을 타고 미 의회 폄하 논란으로 증폭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사적 발언을 문제 삼는 것을 유감이라 하더니 15시간 뒤에는 미 의회가 아니고 한국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 해명했다. 누가 봐도 억지스럽고, 백번 양보해 한국 국회라 해도 대통령이 자국 국회에 욕설을 해도 되는 건지 의문이다.

한일 정상회담은 새 정부가 워낙 한일 관계 회복을 강조해왔기에 “두 정상이 흔쾌히 만날 것”이라는 대통령실의 사전 발표에 큰 관심이 쏠렸다. 실상은 일본이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결국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행사장으로 직접 찾아가 국기도 없이 30분 동안 대좌하는 형식으로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우리는 약식회담이라 하지만 일본이 ‘간담’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이유다. 일본을 바라보는 국민감정을 생각하면 ‘저자세’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외교는 프로토콜(의전)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교에서 의전이 무너지면 국격도 무너진다. ‘48초 환담’, ‘30분 간담’은 내치에서 점수를 까먹어 성과에 목마른 정권이 회담을 구걸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윤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지만 국격 훼손 논란을 낳는 외교가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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