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산업으로 공식 인정했다. 환경부가 20일 공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초안에 원전을 포함시킨 것이다. ‘후퇴는 없다’는 점도 밝혔다. 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 등 친환경 기여활동을 분류한 국가 차원 기준이다. 여기에 포함되면 저리 자금 지원 등이 가능해 차세대 원전 등 관련 산업과 기술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된다.
환경부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공식화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폐기물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원전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하면 원전의 발전 비중을 늘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다른 에너지원과는 큰 차이가 난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3월 내놓은 ‘원자력 환경평가’를 보면 전기 1기가와트를 생산할 때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8t인 반면 태양광은 85t이다. 석탄과 석유 등과 견주면 수십배의 차이가 난다. 탄소중립에 적극적인 EU가 지난 7월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킨 것도 이런 까닭이다. 원전의 친환경 에너지 분류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도 그 흐름에 따른 셈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수입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을 고려하면 경제성도 뛰어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에 의하면 원전의 1메가와트당 발전단가는 53.3달러다. 석탄발전의 75.59달러, 태양광과 육상풍력의 98.1달러와 113.3달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원전의 친환경 에너지 분류는 분명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안전과 폐기물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정부는 이번 결정의 전제로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오는 2031년부터는 사고저항성 핵연료(ATF) 사용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안전 저장과 처분을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이 그것이다. EU와 유사한 기준이나 그 내용은 사뭇 다르다. ATF는 유사시 비교적 긴 시간 안전이 유지돼 위험성을 줄인다는 것이지, 아주 사라진다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EU는 ATF 사용이 2025년으로, 우리보다 6년이나 앞선다. 고준위 방폐장 관련은 더 불투명하다. EU는 2050년으로 시한을 못박았지만 우리는 제시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허술한 안전장치로는 안전성 논란으로 원전의 효율적 가동이 어렵다.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 분류 체계의 연내 확정을 위해 다음달 6일 공청회를 한다.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원전의 발전 비중을 늘려나갈 치밀한 후속 방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