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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윤 대통령 3개국 순방길, 국익·실용외교 시험대

영국·미국·캐나다 3개국 순방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오전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을 시작으로 외교 일정에 본격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장례식 참석을 끝으로 1박2일의 런던 일정을 마치고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이동한다.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을 진행한다.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국제 다자외교 데뷔전이었다면, 이번 순방은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내야 할 시험대로 평가된다. 갈수록 도발 수위가 높아지는 북핵 억제를 위한 국제 공조는 물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한일관계 정상화, 핵심 광물 글로벌 공급망 확보 등 현안이 산적하기 때문이다.

영국 여왕 장례식 참석과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인권·평화 등 보편적 가치와 국제적 연대, 그리고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나는 한국의 위상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동맹 또는 우방국인 미국·일본·캐나다 정상과의 회담은 양국 간 껄끄러운 쟁점이 많은 경제안보 외교라는 점에서 상대를 설득할 치밀한 논리와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대목은 한미 정상회담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 감축법, 바이오산업에 대한 행정명령 등이 이대로 시행되면 우리의 미래산업인 전기차, 바이오, 배터리 등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한국 반도체·전기차기업들의 대대적 미국 내 투자, 한미 FTA, 기술동맹으로의 양국 관계 진화 등을 내세워 우리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위협받는 상황 타개를 위해 지난해 말 만료된 한미 통화스와프의 재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고환율은 고물가의 악순환 고리다. 지난 16일 대통령 경제수석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 스와프)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한 것만으로도 환율 상승에 제동이 걸린 점은 통화스와프의 위력을 보여준다.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2019년 12월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여러 대안이 나와 있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로 풀 수 없다. 이 문제가 양국 관계의 블랙홀이 돼 일체의 경제·안보 협력이 단절되는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진일보한 대안을 가지고 기시다 총리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차전지나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리튬 생산국인 캐나다 트뤼도 총리와의 회담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일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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