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5일 초저전력 반도체·제품 개발 등 혁신 기술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2050년 탄소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1992년 환경 문제를 처음으로 인식한 ‘삼성 환경 선언’ 이후 30년 만의 경영 패러다임 변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배출한 이산화탄소만 소나무 20억그루가 흡수하는 양인 1700만여t에 달한다. 이를 계획대로 2050년까지 제로화할 경우 연간 자동차 800만대 운행을 중단시키는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는 ‘RE100’ 가입도 선언했다. RE100은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쓰겠다고 약속한 글로벌 기업들의 모임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납품하는 핵심 고객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업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애플은 2020년, MS는 2014년에 태양열·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100% 전력원으로 사용하는 ‘RE100’을 달성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쓰는 전력은 25.8TWh(테라와트시)로, 구글과 TSMC의 1.4배, 인텔의 2.7배, 애플의 9배나 된다. 이런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이제 글로벌 기업과 거래도 못 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다급해진 우리 기업들이 앞다퉈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지만 걱정이 앞선다. 100% 재생에너지 전기를 쓰고 싶어도 우리나라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가 턱없이 모자란다. 기업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투자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실을 보면 갈 길이 멀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유럽, 중국 사업장에서는 이미 2년 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완료했고, 나머지 해외 사업장도 2027년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국내에서 18.4TWh를 썼는데 이 가운데 재생에너지는 0.5TWh로, 고작 2.7%에 불과하다. 이걸 2050년까지 100%로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쓰고 싶어도 쓸 재생에너지가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5대 기업이 쓰는 전력량에도 못 미친다.
자연환경상 태양광·풍력발전이 용이한 미국, 중국, 유럽과 달리 취약한 구조인 우리 여건에서 기업들이 RE100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의 지원과 인프라 확대가 필수다. 대만 정부는 TSMC가 해상풍력전기를 사올 때 송전망 이용료의 90%를 지원한다. 반면 소니는 재생에너지가 너무 부족해 일본을 떠날 수도 있다며 일본 정부에 경고장을 날렸다. 삼성의 신환경 도전을 우리 사회 공통의 과제로 삼아야 비로소 탄소중립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