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촉법소년의 나이 하향 논란이 한창이다. 촉법소년이란 범죄행위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 10~14세 미만의 나이로, 사회봉사나 보호관찰 등의 보호처분 대상이 되는 연령의 아이들을 말한다. 현행법 상 14세 미만의 아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책임능력이 없기에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 나이대 아이들은 미성숙한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교육이나 교화를 통해 정상적인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청소년의 범죄 연령이 낮아지고 점점 잔혹한 범죄가 많아지고 있기에 촉법소년의 나이를 하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14세까지 범죄율이 높다가 촉법소년 나이가 지나면 범죄가 급격히 줄어든다고 하니, 어쩌면 일부 청소년이 촉법소년 나이를 의식하며 범죄행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 어린 나이에 범죄자가 되면 성인이 되고도 다시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존재한다.
인간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학습이론 중에는 행동의 결과가 처벌적이냐, 강화적이냐에 의해 행동의 변화 여부가 결정된다는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B. Skinner)의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이론’이 가장 강력하다. 이러한 스키너 행동이론을 촉법소년 논쟁에 적용하면 범죄를 저질렀을 때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그다음 범죄를 저지르지 않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관찰이라는 약한 피드백이 주어지면 범죄 재발 방지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촉법소년기가 이러한 행동이론이 작동하기에 충분히 성숙한 나이인지다. 만일 행동이론이 작동하지 않을 정도의 미성숙한 나이라면 촉법소년기의 나이를 하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촉법소년기를 행동이론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나이로 볼 수 있을까? 인간의 도덕성은 언제쯤 발달하는 것일까? 도덕성이란 자신과 타인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을 구별하고 착한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인지발달이론에 의하면, 개인이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 규범, 가치 체계 등을 인식해 내면화하는 과정을 통한 도덕적 이해의 발달은 인지적 성숙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뤄진다. 스위스의 발달심리학자인 장 피아제(J. Piaget)의 이론에 따르면, 아이들은 5~6세 정도에 규칙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고, 10~11세 이후가 되면 도덕성의 두 번째 단계인 ‘자율적 도덕성’을 갖는다고 한다. 또한 그 이후에는 처벌이 단순히 나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임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위반의 종류나 심각성에 따라 결정되고 교훈을 가르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는 아동이 ‘상호적 처벌(reciprocal punishment)’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요즘 아이들은 성장이 빨라지면서 뇌 발달, 도덕성의 발달 역시 과거보다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많은 양의 정보를 다양하게 획득함으로써 신체적 발달은 물론이고 뇌발달 역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스키너의 행동이론 및 발달이론을 고려하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촉탁소년의 나이를 좀 더 낮추는 것도 범죄율을 낮추는 데에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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