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의 눈에 유난히 많이 띈 게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플래카드다. 전국 지자체 어디나 내용은 하나같다. 온통 함께해 달라는 문구들이다. 하지만 앞날은 험난해 보인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데 동참 호소를 넘어서는, 지역경제에 힘이 될 아이디어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방의 열악한 재정과 인구 감소 상황을 극복하고 전국의 균형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제정된 게 고향사랑기부금법이다. 개인이 고향을 포함해 거주지 이외의 지자체에 기부(연 500만원 한도)할 경우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고, 기부액 30% 이내의 답례품도 제공된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이 지역주민의 복지증진에 사용됨은 물론이다. 일종의 세원인 셈이다. 고향사랑기부 관련법이 제정된 지 1년밖에 안 됐다지만 관심이 높아진 건 벌써 10년도 더 됐다. 그럼에도 아직 지자체 대부분은 답례상품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고르는 데만 몰두해 있다. 벌써 생산자 간 이전투구식 불협화음도 나온다. 시행도 전에 부작용부터 나타나는 셈이다. 심지어 아직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고향사랑기부금을 아는 응답자는 10%도 안 됐다. 열에 아홉은 제도 자체를 모르는 셈이다. 이러니 홍보가 먼저인 것도 틀린 건 아니다. 법이 마련됐으니 이제 지자체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니 몰라라 하는 중앙정부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부자는 대개 고향을 떠나 사는 대도시 거주자들일 텐데 이들에 대한 홍보는 정부나 공익단체를 통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잘만 활용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추가 될 수 있다. 이미 비숫한 제도를 지난 2008년 도입했던 일본에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행 첫해 81억엔에 불과했던 모금액이 지난 20년 6725억엔으로, 80배 이상 늘어났다. 일부 지역에선 지방세의 2배를 넘어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수입원이다.
일본에선 고향세 도입 이후 초기 7년간 기부금이 2배도 늘지 않았다. 거의 허송세월한 셈이다. 시행착오가 그렇게 컸다. 좋은 반면교사다. 지금이라도 지자체들이 적극적인 아이디어 개발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호소만으로는 안 된다. 말은 기부지만 콕집어 고향에 도움을 주는 엄연한 소비자 경제행위다. 기부받고 답례품 주는 기본 구도만으로는 효과의 한계가 분명하다. 지역특산물을 팔고 수익의 일부를 기부 공제 형태로 돌려주는 역발상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