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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차선이 곧 최선임을 보여준 복지부 장관 인선

1기 내각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말 많고 탈 많았던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조규홍 복지부 제1차관이 지명됐다. “또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냐”는 인사 편중 얘기도 나오지만 불가피성으로 타고 넘을 수 있는 비판이다. 안정감을 준다는 평가가 주류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여론의 출발은 나쁘지 않다 .

조 내정자 인선이 주는 의미는 작지 않다. 장관 인사에 가장 중요한 청문회만 놓고 보면 조 후보자의 내정은 차선이자 불가피한 결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건 대통령실이 이제야 도덕적 흠결에 부담을 느낀다는 방증이다. 정통 관료는 청문회 통과가 상대적으로 손쉽다. 물론 세상에 비밀은 없다. 언제 어떤 의혹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차관을 지낼 경력의 관료라면 비리나 편법의 가능성은 적다. 결격 사유가 있었다면 국장 때 거의 걸러진다. 애초부터 고위직에 오르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복지부 장관을 시키고 싶은 사람들이 여럿 손사래를 쳤다는 건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비단 복지부 뿐만이 아니다. 전문성에 스타성까지 겸비했음에도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지 않는 인물들은 대부분 스스로 흠결을 인정하고 욕심 부리지 않는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유난히 재산이 많은 한 전직 관료는 “물려받은 유산인데 그게 왜?”라고 뻗대지 않고 혹시 모를 세법상 실수라도 나올까봐 인사 검증조차 거부한다. 불법과 편법을 관행이나 작은 흠결로 은근슬쩍 넘기려 하거나 잘 몰랐다고 뻔뻔하게 나오는 인사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놀랄 만한 일이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그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어려운 행정고시를 뚫고 공직에 발을 들인 젊은 엘리트 공무원들은 청렴이 고위 관직의 전제조건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조 내정자는 내부 승진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는 현직 차관이자 장관 직무대행으로서 복지부 현안을 이끄는 중이다. 업무연속성 면에서 100일 이상 장관 공석 상태를 가장 빨리 메울 인물로 제격이다. ‘예산통’이니 당연히 복지 분야 예산에도 해박할 것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인 연금개혁,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 재정 지출 효율화, 건강보험제도 개편 및 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이끄는 적임자인 것도 사실이다. 모두 내부 승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부처 사기도 올라간다.

장관뿐 아니다. 주요 공공기관의 수장들도 세상이 다 인정할 참신한 인물을 찾지 못하면 내부 승진을 우선 검토할 일이다. 내 사람을 쓰는 게 아니라 쓰며 내 사람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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