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인 한국의 고령화에 맞춰 노인 연령 기준을 점진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노인 연령을 현재(65세)와 같이 유지하면 2054년 이후 한국의 노인부양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진다”며 “인구 부양 부담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부터 10년에 1세 정도씩 노인 연령을 지속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재정 붕괴와 미래 세대의 부담 가중 등으로 현행 노인 연령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돼왔다는 점에서 KDI의 제안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만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83.5세였던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70년 91.2세로 증가한다. 기대수명은 늘어나는데 노인 연령이 그대로 유지되면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노인복지 수급기간은 길어지고 노동력 손실로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의 노인부양률은 2022년 24.6명에서 2070년 100.6명으로 증가한다. 지금은 생산가능인구(15세 이상~64세 이하)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50년쯤 뒤엔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KDI 제안대로 10년에 1세씩을 높이면 2100년이면 노인 기준이 73세가 되는데 이때 노인부양률은 60%가 돼 현행 65세 기준 대비 36%포인트 낮아진다.
차제에 동반 검토해야 할 것은 현재 소득 대비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5년마다 2%씩 자동적으로 올리자는 제안(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이다. 김 교수는 현 정부에서 5년 동안 2%를 올리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2%씩 4번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 국민연금은 2057년에 고갈된다. 보험료율을 향후 20년내에 9%에서 17%까지 올리면 적립기금 고갈 연도를 2057년에서 2100년까지 늦출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현재의 20·30대가 노후에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노인 기준이나 국민연금 보험료율 상향 조정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고령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 노인 기준을 높이면 현행 60세인 정년을 더 높이는 노동개혁도 병행돼야 한다. 세대 간 충돌 등 사회적 갈등이 첨예화할 이 같은 난제를 단번에 해결할 방도는 없다. KDI나 김 교수의 제안처럼 단계적·점진적 접근으로 사회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연착륙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어려운 과제지만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꼭 풀어야 할 매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