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지나간 상처는 너무도 컸다. 7일(오전 6시 기준) 현재 확인된 사망·실종자만 12명이다.
특히 경북 포항지역의 피해가 컸다. 침수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한꺼번에 7명이 숨졌고, 경주에서는 토사가 주택으로 밀려들어 80대 노인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재산 피해도 상당해 주택 8300여채와 상가 3000채가량이 침수나 파손됐고, 3800여ha의 농경지도 수확철을 앞두고 물에 잠겨 농민을 애타게 했다. 태풍으로 인한 정전 때문에 수만가구가 큰 불편을 겪었다. 여기에 방파제와 도로 파손 등 시설물 피해까지 더하면 힌남노의 상흔은 더 깊을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 재해를 막기는 어렵다. 하지만 철저히 대비하면 그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힌남노는 그 본보기가 될 만했다. 경남 창원의 경우 2003년 태풍 ‘매미’로 18명의 인명 손실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후 마산만 일대 1km에 걸쳐 높이 2m의 차수벽을 설치했다. 그 덕에 이번 태풍으로 인한 해일 피해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적시에 도로를 통제하고, 철도·항공·선박 운항을 중단하는 등 한 발 빠른 조치들로 피해 가능성을 최대한 줄였다. 일선 공무원들도 위험지대 주민을 미리 대피시키는 등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했다.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올라오자 기상전문가들은 여태까지 본 적 없는 ‘초강력’ 태풍이라며 이구동성 입을 모았다. 예상보다 다소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힌남노가 남부 해안지역을 통과할 때 중심기압 955hPa, 최대 풍속 초속 40m의 위용을 떨쳤다. 이런 정도면 달리는 트럭이 날아가고 열차가 탈선할 수 있다고 한다. 대비가 조금이라도 소홀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피해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제는 피해를 복구하고 한시라도 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피해가 크게 줄었다고 하나 그 당사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추석 명절이 목전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정확한 피해 조사를 토대로 과감하고 선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힌남노가 던진 또 하나의 교훈은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의 빈도가 더 높아지고 강도도 세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부권에 100여년 만의 폭우가 쏟아진지 불과 며칠 만에 최고 강도의 태풍이 몰려오는 모습을 우리는 생생히 지켜보았다. 이런 사태가 앞으로는 더 잦아질 것이란 얘기다. 방재 시스템의 전면적인 점검과 보완도 차제에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